모든 집단행동이 주목받는 건 아니다. 국민 생활에 불편을 줘야 신문이든 방송이든 기사가 나오고 여론이 만들어진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충분히 관심받고 찬반 여론이 뜨거울법한 일이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 누구든 주목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지금 의사들의 파업 으름장에 귀 기울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엎치락뒤치락 영화 같은 북미 정상회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한진가(家) 일탈 등 이슈들과 순위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사람이 쏟을 수 있는 관심에도 용량이 있다. 여론전이란 사방의 이슈들을 상대로 한 제로섬 게임이기도 하다.
여기서 의사들이 제로섬 게임에서 밀린 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틈만 나면 파업 하겠다고 정부를 상대로 협박하는 데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사들이 전략 없이 '애드립'에 가까운 즉흥적 행동을 자주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사례가 건강보험 청구대행 중단 투쟁이다. 수가협상이 결렬되자 나온 투쟁 방법인데 쉽게 말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병원이 아닌 환자가 받아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환자가 이 귀찮은 일을 하려면 환자가 본인부담금 말고도 보험급여를 모두 병원에 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환자를 짜증나게 만들어서 의사 편을 들게끔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유아적인 발상이다.
문재인 케어를 두고 벌이는 협상에서 강력한 상대를 만나자 복지부에 해당 공무원을 협상단에서 빼라고 하는 요구도 마찬가지다. 생떼에 가깝다. 아마추어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라고 이렇게 희화화된 의사들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칭찬이든 욕이든 여론의 주목을 받을 길이 점점 좁아진다.
안 그래도 '평균 연소득 1억6000만원 의사들의 밥그릇 투쟁' 프레임이 단단히 굳혀진 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득이 포함된 수가 인상률이 마음에 안 든다고 협상을 거부한다.
명분은 수가 인상률이 의료 서비스 비용(원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수가 인상률과 의사 소득 증가율 관계다.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수가 인상률은 매년 1.64%~2.36% 사이였다. 같은 기간 전국 의사들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은 5.9%였다.
지난날이 이런 데 문재인 케어 때문에 병원 문 닫을 판이라며 수가를 대폭 올려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을 누가 순수하게 받아들일까. 의사들이 국민 수준을 너무 낮게 보거나 눈치를 안보거나,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