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주 52시간 특례? 한밤 응급환자 방치될 판"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2018.07.29 16:41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11시간 휴게준수가 발목...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 인력난에 고사위기

서울아산병원은 주 52시간 특례 사업장이 될 경우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게보장'을 따르기 어렵다며 노사가 합의해 주 52시간을 준수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김명의 교수는 저녁 7시에 퇴근해 잠자리에 들 즈음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야간 당직자는 김 교수 환자 한 명이 응급실로 실려왔다는 다급한 소식을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빨라도 다음날 오전 6시 전에는 병원에 가선 안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환자를 외면한 나쁜 의사 같지만 김명의 교수는 법을 준수했을 뿐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장면이 한 달 뒤부터는 실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주 52시간 특례 사업장이 환자에겐 毒'=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한 달. 지역별로, 크기별로 병원들도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인력과 복지에서 중소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던 대형병원도 9월부터 적용되는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의 한 단면이다.

11시간 연속 휴식은 '주 52시간 특례 적용 사업장'이 됐을 때 적용된다. 병원은 일찌감치 특례 대상이었는데 '노사합의' 전제가 깔렸다. 여기에 또 하나의 조건이 달렸는데 아무리 노사가 합의한다고 해도 적어도 11시간 연속 휴식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해온 행정직이나 3교대 체제인 간호사, 별도법에 의해 주 80시간 룰이 적용되는 전공의 등은 거의 해당이 없다. 대형 병원 대부분에서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 단층 촬영) 기사들 채용이 끝났다. 문제는 교수를 포함한 일반의다.

만약 특례 사업장 지정 카드를 버리고 주 52시간을 도입하면 11시간 연속 휴식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은 노사가 52시간 준수에 합의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교수가 밤중에 응급환자를 돌봐선 안되는 이상한 규칙 때문에 주 52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노사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정 반대 상황에 놓였다. 이 곳은 회사와 직원 대표가 특례 사업장 도입에 합의했다. 일반의는 퇴근 후 11시간 동안 병원에 와선 안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특례 사업장이다 보니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식 룰 적용을 받게 됐다"며 "이 문제를 놓고 병원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집중화 더 심해져… 지방 인력난 심화=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은 더 심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간호인력이 부족해 주 52시간도 버거운데 특례 사업장이 되면 아예 야간진료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 도입 이후 발생한 인력 수요가 간호 인력의 '서울 집중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부산 온종합병원 같은 곳은 3교대 병동 간호사 인력 확보를 위해 3억원을 투입했다. 야근 수당을 올리고 기숙사 여건도 개선하기 위해서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특례 적용으로 11시간 휴게 시간을 보장하는 것 모두 적정 인력을 확보했을 때나 가능하다"며 "인력을 충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게 지방 중소병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지방 중소병원들의 기능이 점차 약화 되고 그 피해가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용주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방 중소병원들의 인력난이 심각해 일부 병원들에서는 입원병동을 줄이기도 한다"며 "지역 의료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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