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이후 건강보험 재정 확충은 줄곧 제기됐던 지적이다. 2022년까지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따지고 걸러 급여 항목으로 끌어안는 데 재원 확보 방안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아서다.
방안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21조원 재정 여윳돈 절반을 쓰고 재정의 도움을 더 받겠다는 구상이었다. 추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22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여윳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다음 정권, 후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부 재정 역할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마디로 보건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국고 지원을 제대로 해달라는 요구였는데 기재부가 시큰둥 할 게 뻔해서였다.
지금의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은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6%는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항상 연말 결산을 내보면 20%였어야 할 지원액이 15% 안팎에 그쳤다. 분모가 어디까지나 '예상' 수입이다보니 예상을 작게 잡아버리면 그만이었던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기재부의 꼼수(?)를 깨기 위해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전전년도 건보료 수입 실적을 근거로 국고와 기금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게 요지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15% 지원율은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안이 발의되자 예상대로 의사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낮은 수가 원인 중 하나가 빠듯한 건보재정이라는 걸 의식한 반응이다. 의사 출신인 윤 의원에 거는 기대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의사들이야 수입이 늘어날 여지가 생긴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만 보험자 입장에선 씁쓸한 일이다. 국고 지원이라는 게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을 가져다 쓴다는 것인데 이는 보험자에게 썩 유익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직장에서 내준다. 직장 가입자들의 건보수입 기여도는 80%가 넘는다. 건보료 수입의 40% 정도는 기업들에 의존하는 구조다. 반면 연간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상대적으로 낮다.
문재인 케어 완성을 위해 건보재정 확대가 필수라면 건보료 인상이 국고 지원 확대보다 개인들에게 유리하다. 당장은 건보료가 준조세이다보니 건보료 인상이 조세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러나 보험자, 즉 거의 모든 국민들에게 무엇이 유익한지 알리고 판단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