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는 HER2 양성을 찾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제 HER2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보고 강한 발현과 약한 발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공경엽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 주최의 '엔허투' 기자간담회에서 "(엔허투의 적응증 확대로) 이제는 HER2 음성도 신경 써야 하는 시대"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연간 3만 명 이상이 진단받으며 서구와 달리 40~50대의 발병률이 비교적 높다. 가정은 물론 사회활동의 '중심'에서 암을 진단받는 여성이 많은 만큼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큰 암이다.
유방암은 초기 5년 생존율이 90%대로 높은 편지만 이미 진행한 4기는 37%로 뚝 떨어진다. 10년 전보다 2배가량 생존율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치명적이다. 항암치료를 할수록 내성 등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 참석한 임석아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호르몬 치료의 발전으로 1차 내분비요법 적용 시 장기간 질병 조절이 가능해졌지만, 이후에는 효과가 급감한다"며 "매 치료 단계에서 10명 중 2명은 다음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유방암의 '조기 진압'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유방암 신약 '엔허투'에 환자와 의료진의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엔허투는 항체-약물 결합체(ADC) 계열의 표적 항암제로, 2022년 국내 허가 당시부터 강력한 효과로 유방암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유방암 아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전이암 환자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유방암 치료에 또 다른 장이 열렸다. 이현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사업부 전무는 "엔허투의 적응증 확장은 그동안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유방암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HER2 저발현·초저발현이라는 개념은 기존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개념이다. HER2 양성일 때 쓰는 표적 치료제 '트라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은 HER2 음성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구분해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자원 낭비'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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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허투가 HER2 음성에 속하는 저발현·초저발현에도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 연구 'DESTINY-Breast 04'와 'DESTINY-Breast 06'이 논문으로 출판되며 전기를 맞았다.
특히, 후자의 연구는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 없는 HER2 저발현·초저발현 유방암 환자에서 엔허투가 암이 다시 진행되기까지의 평균 기간, 즉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을 항암화학요법 대비 8.1개월 늘린다는 점을 입증하며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한 '랜드마크 연구'가 됐다.

임 교수는 "DESTINY-Breast 06을 통해 엔허투는 HER2 저발현과 초저발현 환자에서 1년 이상(13.2개월)의 무진행 생존 기간과 함께 삶의 질 유지라는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며 치료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엔허투의 적응증 확대에 따라 유방암 환자의 재검사 사례가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상당수를 HER2 표적 치료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HER 초저발현도 치료 대상이 되는 만큼 정확한 환자 선별을 위해 적극적인 재검사와 병리 보고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선진 한국다이이찌산쿄 항암제사업부 상무는 "이번 허가는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HER2 표적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한국 의료진과 환자 중심의 정밀 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