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B, 초기치료 권고 안 해" 美 가이드라인에도…HK이노엔 "시장 진출 문제 없다"

홍효진 기자
2024.12.01 15:14
HK이노엔 '케이캡'. 활용된 제품 이미지는 중남미 제품 이미지.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미국 소화기학회(AGA)가 비용과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피캡) 제제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현지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HK이노엔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회사 측은 "미국 내 장기 안전성 데이터 확보에 시간이 소요되는 건 당연하다"며 "피캡 제제가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불응성 환자를 우선 타깃하는 만큼 그 사용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AGA는 지난달 기준 전문가 의견 기반의 '피캡 제제의 임상적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최근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피캡 제제의 비용적 부담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 부족 등 우려를 비롯해, 피캡 제제를 PPI 불응 환자에 제한적으로 우선 권고하되 이외의 1차 치료제로는 아직 권고하지 않는단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을 보면 △피캡 제제의 고가의 비용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임상적 우월성이 입증되지 않은 산 관련(acid-related) 질환에서 해당 제제를 초기 치료제로 사용하지 않을 것 △정밀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속쓰림 증상이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환자·경미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E) 환자 등에 피캡 제제를 1차 치료제로 쓰지 않을 것 △PPI 요법에 불응한 위식도역류질환(GERD) 환자 등에는 피캡 제제를 사용할 수 있음 등의 권고 내용이 포함됐다. 특정 조건에선 피캡 제제 사용을 권하지만 일반적인 1차 치료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GA는 지난달 기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한 '피캡의 임상적 사용에 대한 실무 가이드'를 발표했다. 보라색 원을 기준으로 보면 AGA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함'이란 권고 안에 '정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속쓰림 증상이나 NERD 환자, LA분류법 기반의 A·B등급(손상이 경미한) EE 환자, 소화성 궤양질환(PUD) 치료·예방이 필요한 환자에게 피캡 제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가운데 초록색 원 부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요법 등에는 피캡 제제의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외 PPI 요법에 불응한 GERD 환자, C·D등급(손상 수준이 중한) EE 환자의 치료 관리 등에 피캡 제제가 쓰일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사진=미국 소화기학회(AGA)

현재까지 미국에서 승인된 피캡 제제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패썸 파마슈티컬스(일본 다케다에서 분사)의 '보퀘즈나'(성분명 보노프라잔·경구용)가 유일하다. 그러나 현지 시장과 학계에선 여전히 보퀘즈나의 비싼 가격과 안전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의약품 정보사이트 드럭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내 보퀘즈나 가격은 10㎎(밀리그램·30알 기준) 기준 694달러(약 97만원)다.

이에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인 HK이노엔을 향해서도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재 HK이노엔의 피캡 제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미국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지난 7월 NERD 적응증 임상이 완료됐고 EE 적응증은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시장 진출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퀘즈나가 1정당 22달러(약 3만원)라는, PPI 대비 높은 약가로 출시됐지만 올해 주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등재되며 보험 처리로 환자의 실질 부담금을 크게 낮췄다"며 "미국 내 처방량도 증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패썸의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민간보험 가입자의 80% 이상이 보퀘즈나 관련 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이후부터 지난 10월25일 기준 보퀘즈나 처방 건수는 약 14만3000건으로, 올해 3분기에만 6만9000건의 처방이 이뤄졌다.

다만 안전성과 관련해선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한국에선 피캡 제제가 각각 출시 10년·6년차가 됐지만 미국에선 이제 막 1년을 넘겨서다. 글로벌 데이터에서 이미 안전성을 입증한 만큼 미국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HK이노엔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소화성궤양 환자는 전체 인구의 20%(6500만명), 이 중 30%가 PPI 요법이 듣지 않는 환자로 AGA 가이드는 이미 30%에 해당하는 환자에 피캡 제제를 처방하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피캡의 미국 시장 초기 침투 전략은 PPI 불응성 환자를 우선 타깃하고 보험 커버리지 확대와 다양한 임상 데이터·안정성 확보, 인지도 제고 등으로 사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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