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레지던트(인턴 마친 전공의) 1년 차 지원율이 모집정원의 8.7%에 불과한 가운데, 의사집단에서 "의대증원에 반발해 떠난 레지던트의 빈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어선 안 된다", "그들이 돌아올 수 있게 수련환경을 바꾸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이들은 내년도 '의대생' 모집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레지던트도 뽑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레지던트 시험에 지원한 전공의들은 합격하더라도 이래저래 '눈칫밥'을 먹으며 불편한 수련 생활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일 마감한 '25년 상반기 전공의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결과, 전국에서 총 314명만 레지던트에게 지원했다. 앞서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레지던트 1년 차 3594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8.7%만 지원한 것이다. 지원자 전원이 합격하더라도 레지던트 결원만 3280명에 달하는데, 기존 의대정원(3058명)보다 부족하다. 서울의대의 경우 서울대병원엔 28명(정원 161명), 분당서울대병원엔 3명(정원 53명)만 지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배 의사들'은 내년도 레지던트를 아예 뽑지 말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가 2025학년도 전공의 모집과 관련해 지난 5~6일 서울의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자 378명 중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지원자를 예년만큼 선발해야 한다"는 비율은 21.2%에 불과했다. 이들은 "지원자의 사정과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 "선발하지 않으면 향후 전공의 T.O(정원)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78.1%는 "복귀할 수 있는 사직 전공의(레지던트·인턴)의 자리를 남겨 놓고 일부만 뽑거나(50.3%), 단 1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27.8%)"고 답했다. 그 이유로 "기존에 일하다 사직한 전공의 재선발이 우선돼야 한다", "정상적 교육·진료를 위한 상호 간 신뢰가 무너져 있어서", "전공의들의 사직은 정책에 따른 희생이므로 불이익을 줄여줘야 한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내년도 레지던트 모집을 강행하는 바람에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수련환경은 인간관계가 핵심이다. (레지던트에) 지원한 전공의들은 의도치 않게 사직한 전공의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 될까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레지던트 모집 강행으로 상호 간의 원망과 상처가 쌓인다면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와 사회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전날(11일) SNS에 "의료 '내란' 끝낼 첫 단추, #전공의_모집_일시_중지'라고 언급하며 관련한 자신의 기고문을 공유했다. 류옥 씨는 "내란 다음 날인 12월4일, 의료대란을 더 악화하는 정부의 조치가 시작됐다"며 "기존 전공의의 92.3%가 사직으로 레지던트 결원인 상황에서 복지부가 2025학년도 레지던트 모집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레지던트의 저조한 지원율(8.7%)을 언급하면서 "이런 무관심의 원인은 여전히 의료대란이 지속하고 있고, 비인간적인 수련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계엄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마당에 누가 수련 현장에 복귀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할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공의 모집을 일시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옥 씨는 "내년도 레지던트 모집은 아직 서류전형 신청만 받았을 뿐"이라며 "12월15일 전공의 시험이 치러지면 이를 되돌리기 무척 힘들다. 그 전에 전공의 모집을 일시 중지하면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전국 수련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의 출근율도 고작 8.7%를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1만3531명 중 1172명)이며, 그중 레지던트 출근율은 10.2%(1만463명 중 1070명), 인턴 출근율은 3.3%(3068명 중 102명)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