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작아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의구심 해소할 임상·기술수출 절실

김선아 기자
2025.03.13 16:58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개발 현황/그래픽=윤선정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항암신약을 개발해온 일부 바이오기업이 임상시험을 자진 취하하거나 ADC(항체약물접합체)로 신약개발 중심을 옮기는 등 차세대 항암제 시장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신약의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연구의 선두그룹에 속한 만큼 효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임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 블록버스터 항암신약과 병용요법으로 기술이전을 해 경쟁력을 입증하는 전략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과 유전체 정보로 90% 이상이 장 내에 집중돼 있다. 이를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장내 환경을 개선해 면역기능을 활성화하고 항산화 물질 생성을 도와 장질환뿐 아니라 암, 자가면역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GEN-001'의 국내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한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화학항암제의 병용요법이 담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치료제 시장이 변화해 연구개발 타당성과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아져 내린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GEN-001은 국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담도암 임상 2상은 최소한의 데이터(RP2D)를 확인한 상태에서 조기 종료가 됐다"며 "위암 임상 2상은 환자 투약이 완료되어 현재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상반기 내에 최종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한 이후 기술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지놈앤컴퍼니는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서 신규 항체 발굴 및 ADC 개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상태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상업화를 해서 빠르게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이어갈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신규 항체 개발뿐 아니라 특허가 끝난 링커와 페이로드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ADC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단 2개에 불과할 정도로 태동기에 있는 분야다. 그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워 손을 떼는 회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의 경우 ADC, 방사성의약품(RPT) 등 다양한 항암 신약이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진 차세대 항암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이어지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임상 2상 결과가 확인되는 시점부터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 임상 단계에서 블록버스터 약물과의 병용요법에서 효과를 확인해 빅파마에 기술이전하는 전략도 가장 빠르게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CJ 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고형암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CJRB-101'을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하는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중으로 비소세포폐암, 두경부편평세포암,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의 가장 큰 장점이 안전성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이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임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임윤진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주요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반응환자 비중이 20~30%에 불과해 반응률 개선을 위한 병용요법 임상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CJRB-101의 긍정적 임상 결과 발표 시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 질환분야 확대 및 파이프라인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유산균 제품 '듀오락'을 개발한 쎌바이오텍도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대장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PP-P8'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PP-P8은 유산균의 유전자를 재조합해서 항암제로 개발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약물의 경우 인체에서 채취해서 만들기 때문에 독성이 적어 안전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연구가 초기 단계여서 아직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여러 회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를 통해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들어서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 항암제의 효능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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