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 기술수출, 10조 넘는다…빅파마와 계약하며 질적 성장도

정기종 기자
2025.04.08 16:20

약 1분기 만에 누적 계약 규모 7조원 달성…역대 최대 '2021년 13조원' 경신 청신호
4개 계약 만으로 달성, 21년 총 계약건수 30건…외형 넘어 개별 계약 질적 성장 평가
올릭스, 기술반환 딛고 시총 1위 기업 맞손…에이비엘바이오, 사상 첫 플랫폼 수출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올들어 4개월만에 7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연간 기술수출 규모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전 물질도 플랫폼 기술부터 신약 후보물질까지 다양해 졌으며, 파트너사도 글로벌 빅파마들이어서 질적인 부분에서도 과거에 비해 진일보 했단 평가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제약·제약바이오 업계는 4건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통해 총 6조967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계약 규모가 미정인 1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약 1분기 만에 7조원 이상의 계약 성과를 누적한 셈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역대 최대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 2021년 기록한 약 13조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매년 6조~7조원에 그치며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업계 투자심리 위축이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올릭스가 포문을 연 올해 흐름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중이다. 연달아 도출된 대형 계약을 통해 역대급 성과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최대 규모를 달성한 2021년 총 계약수가 30건에 달하는 만큼 외형은 물론, 계약의 질적 수준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도출된 4건의 계약 중 3건이 시가총액 상위 20위(1월 기준 일라이 릴리 1위, 아스트라제네카 7위, GSK 17위) 제약사를 파트너로 체결된 계약이다.

각 사별 계약이 주는 의미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RNA 간섭(RNAi) 플랫폼 기반의 신약 개발사 올릭스는 높은 기술력 평가에도 기술수출 성과에 목 말랐던 기업이다. 앞서 휴젤과 프랑스 떼아에 각각 건성·습성 황반변성 치료제와 비대흉터치료제를 기술이전 했지만, 파트너사 전략 등에 잇따라 권리가 반환된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이동기 대표가 자신했던 기술수출 계약이 연내 성사되지 않으면서 기업 신뢰도에 흠이 갔다. 하지만 지난 2월 일라이 릴리에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 'OLX702A'를 9100억원 규모에 수출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첫 협업은 물론, 국산 MASH 치료제 기술수출의 잇따른 권리 반환 속 대사질환 선두 업체로 꼽히는 일라이 릴리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실제로 해당 계약 이후 올릭스 주가는 급등 후 조정을 겪었음에도 기존 대비 2배 가량 높아진 상태다.

지놈앤컴퍼니는 같은 달 영국 엘립시스 파마 리미티드에 신규타깃 면역항암제 'GENA-104'를 수출했다. 별도 선급금 없이 상업화 이후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수령하는 계약이지만, 지난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 선언 이후 8개월 새 2건의 관련 계약을 달성했다는데 의미가 부여된다.

국내 1세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로 꼽히는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6월 디바이오팜에 항체-약물접합체(ADC)용 항체 'GENA-111'을 약 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며 사업 무게 중심 이동을 선언했다. 자칫 기존 사업 유망성 저하에 따른 회피성 전략 선회로 평가절하 될 수 있던 선택을 연이은 성과를 통해 증명했다는 평가다.

3월 알테오젠이 아스트라제네카(AZ) 자회사인 메드이뮨 영국·미국 법인과 체결한 2조원 규모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ALT-B4) 이전 계약 역시 시장 의혹을 불식한 사례다. 이 회사는 그동안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 변경하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누적 6건, 10조원에 가까운 계약 규모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유사한 기술을 보유한 미국 할로자임 특허 침해 가능성이 제기되며, 더이상 기술수출이 불가능 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회사가 그동안 기술의 상이함과 대응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왔지만, 관련 이슈 제기 이후 나온 대형 계약 성과가 의혹 해소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4조1100억원 규모에 이전하며 사상 첫 플랫폼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중항체 특화 기술을 앞세운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 유한양행과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 중국 시스톤 파마슈티컬스, 사노피 등에 항암제 중심의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앞선 파이프라인을 아우르는 고유 플랫폼 기술 자체에 대한 계약에 성공한 만큼,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을 주도 중인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플랫폼 수출 강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0년 알테오젠이 체결한 계약(약 4조7000억원) 이후 역대 두번째 규모 바이오 기술수출이다.

특히 그동안 이상훈 대표가 강조해 온 '넥스트 스텝'으로 마련을 통해 기업가치 급등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실제로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등은 개발 초기부터 파트너사 신약 후보에 자사 플랫폼을 적용하거나, 이미 상업화 된 품목 개선을 통해 최근 수년 새 몸값이 급등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속적 성과를 내온 국산 바이오 수출이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선 보다 후기 개발 단계나 원천기술인 플랫폼 자체에 대한 기술수출을 통해 보다 강력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 역시 개별 신약 후보 이전을 통한 형태는 물론, 플랫폼 기반 협업을 통해 보다 의미있는 성과 도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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