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료원(이하, 고대의료원)이 암 정밀 치료시스템인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하고, 올 연말까지 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에 가운데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료원은 개원 100주년을 맞는 2028년까지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에 주력하고, 2035년 개원을 목표로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에 700병상 규모의 네 번째 병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밑그림도 공개했다.
고대의료원은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 제1의학관 6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암환자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 중 한 곳에 양성자 치료기를 들이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암 치료기로 꼽히는 2가지가 '양성자'와 '중입자'다. 이 가운데 중입자 치료의 경우 국내에서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기장)·서울아산병원이 이미 치료를 시작했거나 치료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미 3곳에서 갖춘 데다, 일본에선 아직 중입자의 암 치료 효과를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 이에 고려대의료원은 중입자 대신 양성자 치료기를 들이기로 결정했다는 것. 양성자 치료기는 현재 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 등 2곳에 있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 속도로 가속해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이를 종양에 쐐 종양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윤을식 고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는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가성비가 좋은 건 양성자 치료"라면서 "국내 이미 세 곳이 중입자 치료센터 건립을 준비하거나 이미 치료를 시작해, 더 이상의 중입자 치료기 도입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올 연말까지 어느 부지에 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윤 의무부총장은 "만약 지금 부지를 결정해 (제조사 등과) 계약을 한다 해도 양성자 치료센터를 건립하는 데만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양성자 치료는 일본이 활발하다. 손호성 의무기획처장은 이날 "일본에서 폐암·전립선암·간암 등에 대해 양성자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면서 "(양성자 치료기 도입)예산은 1500억원가량 예상한다"고 했다.
고대의료원은 2035년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잇는 네 번째 병원(700병상 규모)을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에 개원한다는 구상도 짰다. 애초 경기도 남양주·과천에 제4 병원 건립을 검토했지만 무산되면서 고려대의료원은 화성시 동탄 지역을 새 병원 후보지로 찍었다. 오는 7월께 '화성동탄2 종합병원 건립 패키지형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설 태세다. 순천향대중앙의료원과 중앙대의료원도 공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을식 의무부총장은 "화성시는 1300병상 정도가 부족한 데다 인구가 100만 명이 넘고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면서 "또 주변에 반도체 공장 등도 있어 의료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원 차원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공모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호성 의무기획처장은 "2035년 700병상으로 개원한 후 향후 1000병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고대의료원은 의정 갈등 사태에서도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현재 전국의 '연구중심병원'은 모두 21곳인데, 이 가운데 3곳이 고대의료원 산하에 지정됐다. 연구중심병원이 3곳 선정된 의료기관은 이 의료원이 최초·유일하다. 고대의료원이 지난 3년간 따낸 외부 연구과제 규모는 5000억원을 넘는다. 같은 기간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는 1200건, 계약한 정액 기술료는 627억원에 달한다.
고대의료원은 백신 개발에서 써 달라며 100억원을 기부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 회장의 이름을 딴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다음 달 열고,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 임상시험검체 분석에 대한 정부의 공식인증을 의미하는 임상시험검체분석 관리기준(GCLP) 시설도 구축된다. 고려대 의대 연구진은 미국 모더나와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다. 의료원은 이런 백신 감염병 연구가 백신주권을 확보하면서 의료기관이 초격차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윤 의무부총장은 "2028년까지 중증 난치성질환 중심 의료기관으로 대전환을 완수하고, 스마트 초정밀의학 적용을 통해 위중한 환자들에게 집중해 건강한 의료전달체계에 기여하는 '제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