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비결' 책 3천여권 무료 나눔한 소아과 의사…"아이도 부모도 아는 만큼 크죠"

박정렬 기자
2025.06.17 11:22

[인터뷰] 윤종서 키탑 소아청소년과의원장(전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지난16일 서울 송파구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윤종서 원장이 소아청소년 성장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키 성장은 의사, 부모, 아이가 함께하는 팀플레이입니다. 함께 하면 성공할 수 있어요."

윤종서 키탑 소아청소년과의원장(전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16일 본지와 만나 "성장 진료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만큼 쉽다"며 "왜 크지 않는지 고민만 하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한 지 2년째, 키탑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키 성장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며 수 천여명의 신규 환자를 모집할 만큼 입소문이 났다. 윤 원장은 "새로 온 환자의 80~90%가 지인 추천"이라 말했다.

윤종서 원장은 아이의 성장에 '왕도'가 있다고 믿는다. 단순하지만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성조숙증을 다스리고 성장호르몬을 투여해도 '생활 습관'을 교정하지 못하면 제대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학병원에서는 환자를 보는 시간이 제한적이라 '설득'이 쉽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 이내에 예약 진료를 소화하기 급급했다. 사춘기가 이미 시작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진료실을 찾는 아이를 볼 때마다 그의 속은 타들어 갔다. 윤 원장은 "사춘기가 진행될수록 '성장 여력'이 사라져 원하는 만큼 키가 크지 못한다"며 "이를 두고 누군가가 '성조숙증 치료가 키 성장을 방해한다'고 오해했는데, 그런 모습이 일견 이해도 갔지만 답답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윤종서 원장이 16일 소아청소년성장도표를 이용한 진료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성장과 사춘기를 '흐름'으로 진단하고 해석하는 진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사진=박정렬 기자

그래서인지 개원 후 그는 환자와 보호자의 '시간'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했다. 성장 고민에 병원을 찾는 아이와 보호자에게 20~30분씩 쓰는 일이 다반사다. 진료 방식도 남다른 부분이 있다. 그는 연령별·성별 표준 성장 곡선을 기반으로 '지금' 성장 상태와 '치료 후' 성장 예측치를 공유해 치료 순응도를 높인다. 수개월 단위로 변화 양상을 짚어주면서 아이는 물론 보호자의 행동 변화를 끌어낸다.

윤 원장은 "아이가 지금 키가 작은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물으면 성장 기준(소아청소년성장도표)을 기준으로 설명해 지금 위치가 어디고 어떻게 변화할지를 설명한다"며 "개원 후 2년간 성장 진료하며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생활 습관이 좋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왜 나쁜지 몰랐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초콜릿, 사탕, 음료수, 과자 등이 성장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차분하게 설명하면 아이도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한다"고 말했다.

성장 치료의 '기준'을 공유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 지연에 맞닥뜨린 아이 10명 중 8~9명에서 효과가 있다. 사춘기가 오기 전 한 해 평균 5㎝가 자라는데, 따라잡기 성장이 7~8㎝ 이뤄지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반대로, 1년을 치료했는데 5~6㎝가 자란다면 '성장 치료를 한 번쯤 재고할 때'라고 조언한다. 윤 원장은 "모든 약이 모든 아이에게 듣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흐름을 보고 아이와 보호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일 때 치료를 계속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뼈 나이 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 과정을 면밀히 평가한 후 결론을 공유하는 게 아이와 보호자를 위한 길"이라 말했다.

윤 원장은 1년 전부터 '잘 키우고 볼 일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사비로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윤 원장은 1년 전부터 '잘 키우고 볼 일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사비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환자가 늘다 보니 물리적 한계로 진료 시간이 5~10분 줄었는데, 이에 따른 '작은 아쉬움'조차 남기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보호자가 궁금해하고, 꼭 알아야 할 정보만 골라 책으로 만들게 된 배경이다.

책은 총 3권으로 △수면과 성장 △수면과 성장(마무리) △키와 유전 등이 주제다. "밤 10시에 자야만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잠을 덜자면 살이 쪄서 키도 덜 큰다" "부모의 키는 아이의 키를 예측하는 절대 도구가 아니다"와 같은 내용을 '근거 중심'으로 설명한다. 원하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하다 보니 벌써 각각 1000권이 넘게 나갔다. 조만간 체지방을 주제로 한 책도 출판할 계획이다. 윤종서 원장은 "꼭 해야 하고, 그동안하고 싶었던 일이라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내가 받고 싶은 수준의' 진료를 하면서, 올바른 성장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의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올바른 성장을 위한 체크리스트

-여아가 초등학교 1~2학년 이전 가슴 발달이 시작될 때

-남아가 초등학교 3~4학년 이전 고환의 크기와 색깔이 변할 때

-각 시기에 식욕과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수리 냄새가 심할 때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색소 침착이 나타날 때

-여아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안팎, 남아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 안팎에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연간 7㎝ 이상)으로 빠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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