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간암에 취약하다.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9.9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다. 전체 암 중 폐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 5년 생존율은 37.7%에 불과하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 '침묵의 암'인데다 잘 듣는 항암제마저 없기 때문이다.
간암의 주요 원인은 술이나 지방간이 아니라 B형·C형 바이러스 감염이다. 각각 간암 원인의 61%, 15%로 환자 4명 중 3명이 간염과 연관된다. 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간경변증을 부르고 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암으로 가기 전 단계인 간경변증은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반면 간염 바이러스는 백신(B형)과 치료제(B형, C형)가 모두 존재한다.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의료정책위원)는 18일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간암 원인 중 유일하게 관리할 수 있는 요소가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라 말했다.
국내 간염 관리 현황은 옆나라 일본과 비교해서 한 참 뒤처져 있다. B형 간염 표면항원 양성률은 한국이 2.69%고 일본이 0.77%다. 감염 관련 사망률은 한국이 일본보다 4배가량 높다. 간염 진단 후 치료율도 한국과 일본이 각각 25.29%, 32.08%로 역시 크게 차이가 난다.
C형 간염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간암, 간경변의 원인인 B형, C형 간염을 2030년까지 퇴치하자는 글로벌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은 3년 앞서 2027년 퇴치가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2034년에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장 교수는 한일 양국의 '간염 관리 격차'의 원인으로 정부 정책을 지목했다. 일본의 경우 2009년 '간염 대책 기본법'을 제정해 예방접종과 치료를 지원하고 조기 발견에 힘쓰고 있다. 감염 경로 차단을 위한 위생관리와 안전조치를 법으로 규정하고 간염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국가가 주도하며 '간염 제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에야 바이러스 간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B형 간염 주산기 감염 예방관리 강화 △56세 국가건강검진에 C형 간염 항체 검사 도입 △3급 법정 감염병 관리 시 역학조사에서 '현재 치료 여부' 기재 △건강검진 시 간염 감염자에 사후 관리 안내문 발송 등 예방-진단-치료 전 주기에 걸친 포괄적 관리에 나섰다.
다만 학계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형 간염은 특정 연령만 제한적으로 진단하고, 치료 연계 시스템이나 치료비 지원 방안이 없다는 점에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B형 간염도 치료제 급여가 제한적이다. 치료율이 22%에 그친다. 병원을 오지 않은 지역사회 환자를 발굴할 방법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도 이를 이어가게 할 방안도 마땅히 없다.
같은 토론회에서 김인희 전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는 "특히 광범위한 선별검사는 C형 간염 퇴치와 직접 의료비, 간접비용 절감에 모두 효과가 있다"며 "검진 대상을 확대하고 치료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B형 간염 환자는 "현재 치료 급여 기준은 간 효소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으로 64%의 간암이 이 기준 밖에서 발생한다"며 바이러스 혈청 역가를 고려한 치료 대상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바이러스 간염은 약이 있고 치료하면 퇴치할 수 있다"며 "국격 향상을 위해서라도 간염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준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여전히 간염 검진 범위는 제한적이고 치료 대상 역시 협소하다"며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