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당뇨발'을 안다. 당뇨병 환자는 발에 사소한 상처도 썩고 곪기 쉽고, 일부는 절단하는 상황까지 부닥친다.
당뇨발뿐 아니라 피부가 떨어져 나가고 찢기는 모든 상처(창상)는 만성질환자와 고령층에게는 언제든 '생명을 위협하는 병'으로 돌변할 수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통로가 되고, 혈액과 장기 감염을 일으켜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국내 상처(창상) 치료의 전문화와 발전을 이끄는 대한창상학회 나영천 회장(원광대병원 성형외과)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를 맞아 창상이 의학적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창상학회는 매년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적절한 창상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무료 진료와 창상 관리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서울시 '은평의마을'을 찾아 창상 치료 분야에 몸담은 의사, 간호사 등이 직접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적인 치료·관리를 시행했다.
해마다 진행하는 봉사활동에서 나 회장은 고령화와 이에 따른 창상 위험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만성 창상, 당뇨발, 욕창 등은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다"며 "적절한 초기 치료만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합병증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창상이 초고령화 사회 '건강 이슈'로 부상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창상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나영천 회장은 "노화 과정에서 콜라젠 합성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혈관 신생 능력이 저하돼 근본적으로 상처 치유 속도가 지연된다"고 말했다. 반면 면역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는 취약해진다. 국소 감염에서 시작해 봉와직염, 골수염, 나아가 패혈증과 같은 전신 감염으로 진행돼 생명을 위협한다.
당뇨발 궤양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하지 절단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 외에도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질환은 치유 과정을 방해하고 2차 감염 위험을 키운다. 고령층은 단백질 섭취 부족, 비타민 결핍과 같이 창상 치유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더 위태롭다.
나 회장은 "창상 치료의 목표는 단순한 상처 치유가 아닌 전신 건강 상태를 감안한 '전인적 회복'에 맞춰야 한다"며 "예방을 위해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정기적인 피부 관찰과 전문적인 조기 치료 등도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상 치료의 발전은 눈부시다. 음압 창상 치료(NPWT)는 상처 부위에 지속적인 음압을 적용하여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육아조직 형성을 촉진하는 기술로 임상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이드로콜로이드, 하이드로겔, 은 이온 드레싱과 같이 창상 치유 환경을 최적화하는 다양한 생체재료들이 임상에 도입되면서 치료 효과도 크게 향상했다.
나 회장은 "성장인자 치료, 특히 EGF(상피세포 성장인자) 등을 활용한 생물학적 치료법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와 혈소판 풍부 혈장(PRP) 치료 등 재생의학 기술의 임상 적용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기대했다.
진단 분야에도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최근 개발된 AI(인공지능) 기반 창상 분석 시스템은 상처 크기의 정확한 측정, 치유 과정의 객관적 모니터링, 치료 효과 예측 등에 쓰여 창상 치료의 정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0년대 초까지 표준화되지 않은 창상 치료 방법은 학회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이 개발되며 현재는 창상의 유형, 환자의 전신 상태,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계화됐다. 지금까지 △급성 창상 △욕창 △당뇨족부궤양 △감염관리 △드레싱 등에 대한 창상 치료 지침서가 출판됐다. 나영천 회장은 "특히 다학제 팀 접근법을 통해 성형외과, 피부과, 내분비내과, 감염내과, 전문 간호사, 영양사 등이 협력하는 통합적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상에 대한 '인식'이다. 만성 창상은 환자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장기간의 치료비 부담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하지만 창상 치료 성공의 핵심 요소인 '가정 내 관리'는 아직 부실하다. 퇴원 후 부적절한 창상 관리로 인한 재입원율이 여전히 높다. 나 회장은 "가정에서는 병원과 같은 무균 상태 유지가 어렵고, 환자나 보호자의 창상 관리 지식 부족으로 감염이나 상처 악화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아쉬워했다.
창상학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퇴원 전 체계적인 환자 보호자 교육, 지역사회 의료진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통합적 돌봄 체계 마련, 그리고 정기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지속해서 제안·강조하고 있다. 음압 치료나 고기능 드레싱 재료에 대한 급여 적용, 창상 전문 간호사 제도의 법제화, 고령화 지역 중심의 창상 관리 센터 설립 등 인프라 구축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나영천 회장은 "창상 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회복시키고 사회 복귀를 돕는 중요한 의료 영역"이라며 "초고령화 사회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만큼 정부가 창상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의료기기 국산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의료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상학회는 일본,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창상 전문가 단체와 업무협약(MOU)과 다기관 임상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체질과 생활환경에 최적화된 치료 프로토콜을 개발·발전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