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 중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나 수어영상을 표기한 제품이 900개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공식품 수가 약 14만8000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들을 위한 제품이 1%도 안 되는 것이다. 다만 식품 점자·수어영상 표기 건수는 증가세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 중 점자·수어영상 표기에 가장 앞장서는 곳은 롯데칠성음료였다. 별도 표기 제품이 150여개에 이르렀다. 이어 오뚜기, 코카-콜라음료 등 순이다. 매일유업은 주요 25개 식품기업 중 점자·수어영상 표기 수가 가장 적었다.
1일 시각장애 의원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각·청각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의 식품 알권리 보장을 위해 식품에 점자나 음성·수어영상 변환용 코드를 표기한 제품이 올해 3월 기준 891개였다. 점자 표시 제품은 790개, 수어영상 제공 제품은 101개다.
점자나 음성·수어영상 코드 표기 제품은 작년 9월 595개였다. 6개월 새 약 50%(296개) 증가했으나 전체 식품 수 대비 여전히 미미하다. 식약처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등록 가공식품 수는 14만7999개다. 올 3월에도 이와 비슷한 가공식품이 등록됐다고 가정했을 경우 전체 가공식품 중 점자·음성·수어영상 표기 제품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시각·청각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원하는 가공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셈이다.
그래도 장애인들을 위해 식품 점자·수어영상 별도 표기에 가장 모범을 보이는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25개 주요 국내 식품기업 중 점자·수어영상을 표기한 제품 수가 149개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곳은 오뚜기로 점자·수어영상 표기 제품은 103개다. 이어 코카-콜라음료(61개), 큐어라벨(40개), 동아오츠카·일화(32개), 동서식품(29개), 하이트진로(24개), 해태에이치티비(18개), 농심·상일(17개), 팔도(16개), 서울우유협동조합·오케이에프음료(15개), 롯데웰푸드(13개), CJ제일제당·아워홈(12개), 삼양식품(9개) 등 순이다.
반면 점자·수어영상 표기 제품 수가 가장 적은 곳은 4개뿐인 매일유업이다. 이어 오리온·하이트진로음료(5개), 남양유업(6개), 풀무원식품·네추럴웨이(7개) 등 순이다.
앞서 식약처는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일명 식품 점자표기법)에 따라 식품에 점자와 음성·수어영상 변환용 코드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점자와 음성·수어영상 변환용 코드 도입 비용 부담이 커 식품 기업들의 도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영세기업의 경우가 더 그렇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점자 표기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제품 생산 시 별도의 추가 공정이 필요해 비용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품에 점자를 전부 표기하는 건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캔에 점자를 삽입하거나 QR코드로 수어영상을 넣는 건 그나마 쉽지만 플라스틱 용기, 비닐, 페트병에 점자를 표기하는 건 어렵다"면서 "스티커를 붙이거나 점자 삽입을 위한 기술이 필요한데 쉽지 않다. 정부 차원의 혜택이나 기술적,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있다면 점자 삽입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미화 의원은 "식품 점자표기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시각 장애인의 식생활 접근권이자 소비자의 알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조달 우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연계 등 기업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