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주권, 선택 아닌 필수…생태계 구축 핵심은 한국형 세포은행"

정기종 기자
2025.09.21 14:08

[인터뷰]장윤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장(삼성서울병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겸 한국줄기세포학회장)
"'첨생법'으로 제도적 기반 마련, 국가 차원 인프라 구축 필요…한국형 세포은행으로 자립성 확보해야"

장윤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장·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겸 한국줄기세포학회장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포주권 중요성과 한국형 세포은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기종 기자

"세포주권 확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관건은 안정성 확보와 속도에 있다. 이를 위해선 국가 주도의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장윤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장·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겸 한국줄기세포학회장)

고령화와 난치성 질환 증가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역시 지난 2월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 개정을 통해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할 길을 열었지만, 여전히 핵심 세포 자원과 기술, 임상 데이터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줄기세포학회장을 맡고 있는 장윤실 원장(성균관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세포주권' 확보는 필수라며 이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한국형 세포은행'(K-Cell Bank)의 국가 주도 구축을 제시했다. 국내 환자 특성에 맞는 세포 확보와 치료제 생산 체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산업계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2월 개정된 첨생법은 연구 목적에 한정됐던 세포치료제를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의료 현장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장윤실 원장은 "기초 연구자뿐 아니라 임상 현장에서도 세포치료제 활용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환자 문의도 늘고 있다"며 "국가에서 계획 자체를 심의할 때 장기 안전성 추적 체계까지 마련한 만큼 충분히 국내 의료현장에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실 원장은 세포주권을 '세포치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국내에서 완결하는 구조'라고 정의한다. 이는 공여자 확보부터 세포 제조, 치료 적용, 데이터 수집과 보험 연계까지의 전 과정을 한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

일본이 iPSC(유도만능줄기세포) 분야에서 'iPSC 주권'을 확보한 것처럼, 한국도 현재 강점이 있는 MSC(중간엽줄기세포, 골수·지방·제대혈 등 다양한 조직에서 유래하는 다능성 성체줄기세포) 분야를 중심으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 원장은 해당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연구 의지와 기초 기술이 충분해도, 실제 임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과정은 윤리적 동의, 품질 확보, 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제조 공정 등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선 세포치료제, 백신, 바이오의약품 개발 등에 사용되는 세포를 장기간 보관하고, 필요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 저장 시스템인 세포은행의 국가 차원 관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재생의료가 활성화 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세포은행은 공공 주도로 운영된다.

장윤실 원장은 "국내에서도 개방성과 공공성을 함께 담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필요한데, 연구자나 스타트업들이 직접 제조부터 분양까지 다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로 국가 차원의 인프라인 한국형 세포은행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치료 현장 연결 위한 CDMO 중요…정부 제도적 지원과의 합 뒤따라야"
장윤실 원장은 세포치료제 실제 치료 현장 연결을 위해 제도적 지원 뿐 아니라 민간 CDMO의 중요성도 강조했다./사진= 정기종 기자

치료 현장에 연결하기 위한 민간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포 특성상 일괄 대량 생산이 어렵고, 환자나 질환 유형에 따라 맞춤형 생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힘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존재해 정부 지원과의 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장 원장은 "CDMO는 세포 치료 산업의 실질적 기반으로 민간의 기술 역량을 활용하되, 공공 인프라와 연계돼야 한다"며 "국내 CDMO들은 여전히 장비나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초기 임상 지원 체계도 부족한 상황이라 세포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선 정부의 기술 이전, 시제품 제작, 임상 준비 단계에서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CDMO와 한국형 세포은행과 연계를 통해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보건 시스템 내 임상 정보와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치료제 개발과 데이터 기반 안전성 검토가 선순환 구조로 정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포치료의 강점은 고령화 사회에서 두드러진다. 노화로 발생하는 각종 조직 손상은 약물이나 수술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데, 기능 유지와 회복을 목표로 하는 치료에 세포 기반 접근이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세포치료는 기능을 되살리는 치료로 기존 의료가 채우지 못하는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또 단순한 기술이나 신약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건강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임상 데이터, 품질 시스템, 공정 역량, 산업 연계, 제도적 안착이라는 다섯 축이 동시에 필요한데 세포주권과 한국형 세포은행은 그 시작점"이라며 "이제는 연구자만이 아니라 산업·의료계, 정책이 함께 가야 할 시점이다. 세포 생태계를 자립적으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한국 재생의료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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