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AGC 바이오로직스(이하 AGC 바이오)가 미국 소재의 대규모 포유류 기반 제조시설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모인다. AGC 바이오의 이번 매각 결정은 글로벌 CDMO 시장이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초대형 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의 입지 약화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AGC 바이오는 각각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와 롱몬트에 위치한 대규모 포유류 기반 제조시설 두 곳을 매각할 계획이다. 볼더 공장은 2만리터 포유류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2대를 갖추고 있으며 최대 4대를 추가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롱몬트 공장은 2만리터 포유류 바이오리액터 최대 8대를 설치하거나 대규모 충전 공정 및 마무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설비를 즉시 구축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아직 매각 상대방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AGC 바이오는 이미 지난해부터 롱몬트 공장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제조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회사는 이번 매각 결정을 통해 중형 규모 포유류 기반 제조와 미생물 제조, 세포유전자치료제(CGT)의 CDMO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규모 포유류 기반 제조 역량이 필요한 상업화 단계의 대형 수주에서 점차 철수하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AGC 바이오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635억엔(약 59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는 확장된 시설 가동으로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단기 수주 등 일회성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미국 볼더 공장의 생산 문제 등이 매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매출을 크게 늘리며 대형 수주를 이어간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 등 상위 CDMO 업체들과 온도 차가 있는 모습이다.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는 올해 상반기에 CDMO 사업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약 21.4% 증가한 29억6400만스위스프랑(약 5조2225억원), 36.1% 증가한 2조138억원, 16.1% 증가한 99억5300만위안(약 1조95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선두 기업들은 매출만큼이나 생산역량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론자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카빌에 위치한 로슈의 공장을 인수했으며,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과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대규모 공장을 신설 중이다. 현재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인천 송도에 제3바이오캠퍼스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방식을 택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홀리스프링스에서 개소식을 진행했다. 해당 공장엔 2만리터 바이오리액터 8대가 설치됐으며 향후 2배로 증설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미국 소재 제조시설을 인수합병(M&A)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글로벌 CDMO 시장이 향후 수년간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정리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압도적 생산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대형 CDMO에 수주가 쏠리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생물보안법 재추진 등으로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한 CDMO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도 불구하고 AGC 바이오는 수주 확대에 실패하며 미국 공장 매각이란 결론에 다다랐다.
업계 관계자는 "CDMO 시장이 한참 성장할 때 신규로 진입했던 기업이 많았는데 지금은 선두와 후발 사이에 명확한 격차가 생겼다"며 "일반 제조업에선 후발주자가 가격 경쟁력으로 선두를 따라잡는 게 가능하더라도, 제약업 특성상 제약사들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고품질 생산 능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이를 뒤집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