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 경상(상해 등급 12~14급) 환자가 보험사로부터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기간을 '최대 8주'로 제한한다는 개정안을 정부가 추진하자, 한의사 집단과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개정안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26일 당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은 각각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과 '보험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이들 개정안은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고, 향후 치료비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한방병원 과잉 진료를 줄이기 위해 지난 1년간 '8주 룰' 도입을 추진해 왔다. '8주 룰'이란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장기 치료를 원할 경우 별도의 심사위원회 인정을 거치도록 해, 과잉 진료를 줄이겠다는 취지의 제도다.
두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통사고 환자는 8주 이후에도 치료를 계속 받기 위해 직접 진단서와 소견서를 떼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진단서와 소견서를 제출한 후 심사 기간 치료비는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심사가 반려되면 개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다툴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소송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교통사고 환자 권익단체인 자동차보험환자치료권익연대는 26일 성명을 내고 "'향후 치료비'는 연간 교통사고 피해자 150만명에게 지급돼온 비용"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토부 추산 향후 치료비인 1조4000억원 규모의 대부분이 보험사의 이익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연대 정희원 대표는 "두 개정안은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 95%의 보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라면서 "정부가 국민 피해를 외면하고 보험사의 이익에만 부합하려는 것"이라고 날 세웠다.
국토부와 금감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교통사고 환자들은 아파도 사실상 8주까지만 치료받을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환자가 8주 후에 통증을 호소해도 환자 스스로 공식 서류를 통해 통증을 입증하지 못하면 추가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앞서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90%가 상해일로부터 8주 이내 치료를 완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경상환자의 통상 치료기간을 8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김영수 보험이사는 "국토부의 '8주 이내 경상 환자 90%의 치료 완료' 주장은 감사원 감사보고서와 차이 날 뿐 아니라, 보험사 측에서 보유한 각종 자동사 사고 관련 데이터도 조사 방법에 따라 수치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의사들은 "자동차보험 '8주 룰'을 연기한 데 대해 규탄한다"며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단 입장이다. 교통사고 경상환자 대부분이 한방진료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이들이 8주 이상 진료받는 경우 한방병원의 과잉진료로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 재정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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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0월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한 후 올해 4월1일부터는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한의계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에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한방 진료를 받지 않는 국민들조차, 고가의 한방 진료비를 연대 책임지며 지불해야 하는 현행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미한 사고에도 고가의 상급병실 입원을 유도하고, 고가의 약침, 첩약, 추나요법 등을 남발해 온 병폐가 10년 넘게 방치됐다"며 "그 결과, 한방병원의 교통사고 1인당 진료비는 의과의 무려 4배에 달할 정도로, 기형적으로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주 룰'이라는 미봉책을 넘어, 한방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국민들의 억울한 연대 책임을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위해 '의과·한방 자동차보험 분리'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