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통해" 사망자 껑충…중국 '슈퍼 백일해'에 한국도 뚫리나

박정렬 기자
2025.10.04 14: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전용 입국장이 별도로 신설된 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보건당국은 4일 0시부터 시작되는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대책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2곳, 제2 터미널에 1곳 등 중국 전용 입국장 총 3곳을 설치했다.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이웃 나라 중국에서 항생제 내성을 지닌 백일해가 출연하고 수 십명이 사망한 데 따라 우리나라도 강력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유행을 맞았는데도 올해 역시 수천 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일해 환자는 2024년 4만8048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유행했다. 지난해 전체 환자의 84.6%(4만4534명)는 학령기 청소년이었으며 고위험군인 1세 미만 영아는 0.3%(139명)로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백일해 환자가 4603명이 발생했고, 이미 5000명을 넘어서며 유행이 지속하는 양상을 보인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세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전파가 잘되고 위험도가 높아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환자 발생 시 24시간 이내 방역 당국에 신고, 격리 조치해야 한다. 초기 증상은 △콧물 △결막염 △눈물 △기침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하다. 기침 끝에 '흡'하는 소리가 들리는 특징이 있다.

/사진=(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백일해는 지난해 그야말로 역대급 유행한 후 올해까지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여름과 가을에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례적으로 연중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백일해균은 변이로 인해 병원성이 떨어져 있어 감염돼도 증상이 가볍고, 어린 영아에서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환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중증 환자 비율이 높아져 안심할 수 없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백일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12개월 이하의 어린 영아들은 무호흡, 청색증, 폐렴 등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백일해 유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타난 세계적인 현상이다. 올해는 옆나라 일본이 사상 최악의 백일해 유행에 맞닥뜨렸다. 일본 국립건강위기관리연구소(JIHS)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일본의 백일해 누적 환자 수는 7만명을 넘어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47개 현 모두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도 백일해가 전례 없을 만큼 대유행했다. 1~2월에만 총 3만2380명의 백일해 환자가 보고돼 전년 대비 23배 폭증했다. 4~5월에는 갑자기 9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며 사망자가 25명까지 치솟았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료계가 걱정하는 지점은 중국 백일해균의 상당수가 항생제(마크로라이드) 내성이 있는 '슈퍼 박테리아'라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항생제 내성 백일해균이 90% 안팎에 달할 만큼 이미 널리 퍼진 상황으로 알려진다. 전체 환자가 증가해 사망자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세균에 대항하는 '무기'인 항생제가 듣지 않아 숨지는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항생제 내성 백일해균이 국내 유입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마상혁 과장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도 중국에 항생제 내성 균주가 유행하고 우리나라까지 넘어왔다"며 "백일해 역시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출장, 유학 등으로 성인이 감염돼 국내에 퍼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실질적인 피해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에게 미친다.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은 이미 지난해 12월 감염병 소식지를 통해 "마크로라이드 내성 백일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가·국제적 감시와 스크리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10년간 백일해 환자 수 추이/그래픽=김다나

질병청은 아직 항생제 내성 백일해균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치료 반응이 낮거나 재진단 사례가 나오는 등 항생제 내성 백일해균 출현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돼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마상혁 과장은 "백일해 감시 사업을 더 확장하고 백일해 균주를 확보해 유전자 검사를 통한 항생제 내성 비율과 위험도를 방역 당국이 서둘러 파악해야 한다"며 "영유아뿐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에 대한 감염 실태, 진단, 치료, 예방에 대한 조사와 백일해 백신(Tdap) 접종 방안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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