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중국 바이오기업 활동 제한을 골자로 한 생물보안법이 현지 상원을 통과하면서 연내 입법 가능성에 한층 힘이 실렸다. 이에 따라 공급망 중심의 국내사 반사이익이 예상되지만, 일본·인도 등과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1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빌 해거티·게리 피터스 미국 상원의원이 제출한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최종 상원의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중국 특정 바이오기술 제공업체와의 계약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물보안법은 최종 통과까지 단 1개의 관문만 남기게 됐다. 최종 관문은 양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세부 차이점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안 도출 절차다. 타협이 이뤄지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지고, 서명까지 완료되면 시행된다.
업계는 생물보안법의 연내 최종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시도됐던 입법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해 연기됐지만, 올해 재시도에선 지난달 하원 문턱을 넘어선 뒤 상원 통과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중국 주요 바이오기업의 현지 행보에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우려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제공, 미국 기업과의 계약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비록 이번 개정안에 직접적인 우려 기업 명단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당초 초안에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BGI, MGI·컴플리트지노믹스(BGI 자회사)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표적으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글로벌 무대 경쟁자로 꼽히는 국내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공급망과 밀접한 CDMO 분야에선 수혜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서 약 10%의 점유율을 보유한 5위권 업체다. 국내 대표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순위 다툼을 벌이는 곳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달 미국 제약사와 창사 이래 두번째로 큰 규모(약 1조8000억원)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추가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중국 대형 CDMO로부터 이탈한 고객사들이 일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작은 에스티팜이나 이제 막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한 셀트리온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소형 바이오 기업의 약 80%가 중국 CDMO와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반사이익 체감 측면에선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CDMO 생태계 재편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도 있다. 중국이라는 대형 경쟁자의 영향력은 축소되지만, 그 틈을 노린 일본과 인도 등 유력주자들의 공세가 한층 매서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국내사가 무조건적으로 수혜를 입기 보단 새로운 경쟁 환경 직면에 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중국 업체들의 피해가 국내사 수혜로 연결될 것이란 분석 자체는 충분히 합리적이고, 바이오의약품 CDMO 분야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중국 기업들을 대체할 사업 영역이 방대한 만큼 유연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신규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내줄 수 있다는 경각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와 비교해 두 국가의 CDMO는 차별화 된 특색을 보유하고 있다. 원료의약품(API)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생산력 1위인 인도는 CDMO 분야에서도 저비용·대량생산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중이다. 미국 업체들 입장에선 기존 중국 파트너사를 대체하기 용이한 선택지다.
일본의 경우 우수한 품질 만큼 높은 가격과 부족한 현지 대형 시설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최근 적극적인 미국 생산시설 구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후지필름이 지난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북미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을 준공한 것 대표적 사례다.
미국 현지 시설은 물론, 규모 측면에서도 경쟁자들 못지 않은 생산력 구축을 목표로 공격적 확장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약 4조5000억원을 투자한 노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내 32만리터까지 확대하고, 2028년까지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현재의 5배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토 테이이치 후지필름홀딩스 대표는 지난 8~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 개막식 기조강연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일본 바이오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라며 "후지필름은 글로벌 기업의 CDMO 사업을 인수해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2028년까지 75만리터의 생산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