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바이오 기술 수출을 주도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계약이 그 주체와 성과를 다변화하며 한층 진화하고 있다. 국내 선두주자로 꼽히는 리가켐바이오 외 신규 주자들이 잇따라 기술이전 계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전 물질의 상업화 가시화, 투자 유치 등 보다 성숙한 단계로 성과가 진화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까지 리가켐바이오가 홀로 주도하던 국산 ADC 기술수출은 최근 2년 새 피노바이오, 지놈앤컴퍼니, 에임드바이오 등이 합류하며 계약 주체가 다양해졌다. 계약 내용 역시 플랫폼과 신약 후보에서 ADC용 항체까지 확장된 상태다.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세포 독성을 가진 약물(페이로드)을 연결, 정확하게 암세포만을 타깃하는 ADC 기술은 최근 수년 새 글로벌 항암 분야 차세대 모달리티로 급부상했다. 이달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발표 주제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21%)을 차지하며 대세임을 입증한 상태다.
해당 분야 국산 기술수출은 리가켐바이오가 주도해왔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2015년 첫 계약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ADC 신약 후보 또는 플랫폼 기술 이전을 성공시키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특히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21년(약 13조4000억원) 홀로 3건의 계약으로 3조원 이상 규모를 달성했고, 최근 5년새 가장 적은 규모의 바이오 기술수출이 있던 2022년(약 6조6000억원)에도 1조6000억원대 계약을 성사시키며 전체 규모를 뒷받침했다. 이후 2023년 피노바이오가 3200억원 규모의 ADC 플랫폼, 지난해 지놈앤컴퍼니가 5900억원 규모 ADC용 항체 이전에 성공하며 수출 기업이 다양해졌다.
올해 들어 아직 추가 계약이 없는 리가켐바이오의 공백은 비상장사인 에임드바이오가 채운 상태다. 에임드바이오는 이달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ADC 신약 후보물질을 약 1조4000억원에 이전했다. 다양한 고형암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신규 종양 표적 기반 ADC 물질에 대한 전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넘기는 계약이다. 이에 따라 국산 ADC는 7년 연속 기술수출 성공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누적된 기술수출 성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중이다. 앞서 이전된 물질의 개발 진척에 따른 상업화 가시화와 잇따른 경쟁력 입증 속 대형사로부터 투자 유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상업화 성과 유력 후보는 리가켐바이오다. 회사의 첫 기술수출 물질인 'LCB14' 중국 권리를 보유한 포순제약이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마친 상태다. 당초 1상 결과만으로 연내 조건부 허가(4차 치료제) 신청하기로 했지만, 보다 큰 시장 공략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3상 완료 후 내년 하반기 2차 치료제 허가에 도전하기로 전략을 변경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향후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 보단 상업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수 기술수출 성과를 누적해온 만큼 첫 상업화 품목이 등장하면, 임상 중인 후속 물질과 잠재적 수출 후보 등 전반적 파이프라인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임드바이오는 유망 기업의 '성공적 투자 유치 후 성과→증시 입성'의 우수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 계열사가 주도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대형사 투자유치를 기반으로 성과를 도출한 만큼, ADC 분야 유망 기업에 대한 투심 역시 한층 살아날 것이란 평가다.
ADC 분야 유망성과 국내 후발 주자들에 대한 우호적 평가도 해당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124억달러(약 17조7000억원)였던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 299억달러(약 42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된다. 특히 최근 기술 진화에 따라 링커 및 적응증 다변화,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요법 등이 한층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시장 전망치 역시 지속적 우상향이 기대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효소 절단형 링커 기술과 페이로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ADC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인투셀과 ADC 듀얼 페이로드 비임상 결과 발표 예정인 큐리언트 등도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