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간소화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계에선 현행 최대 '3일 이내'로 명시된 사후통보 기한을 '24시간 내'로 단축하고 약국별 대체조제 비중 실태조사 등 질 관리 차원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체조제 사후 통보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전날(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전까진 약사가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조제한 경우 해당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치과의사에게 전화나 팩스로 통보해야 했다면, 앞으론 보건복지부의 '대체조제 정보시스템'을 통해서도 사후 통보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것이 법안의 골자다. 시스템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위탁된다.
대체조제는 의사·치과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와 의사에 사전에 알린 뒤 성분·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약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처방 의약품의 재고가 해당 약국에 없는 경우 대체조제가 활용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그간 약국에서 의료기관에 사후통보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실질적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우회적 루트를 마련했단 점에서 국민의 조제 의약품 접근성이 강화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대체조제의 사후 통보 간소화가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사후 통보가 (시스템에) 실시간 또는 24시간 이내로 진행되도록 법적 통보 기한을 단축해 최대한 빨리 대체조제 사실을 알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환자 본인이 의사 처방과 다른 약을 복용한단 사실을 인식하도록 대체조제 동의서를 받고 약 봉투 표면에 대체조제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약사가 대체조제 내용을 통보하는 기한은 '1일(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시 3일) 이내'다.
이어 "대체조체를 사후 통보하지 않는 약사에 대한 페널티(불이익) 규정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며 "심평원이 질 관리 차원에서 약국별 대체조제 비율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대체조제 비율이 높은 약국은 병원에 알릴 필요가 있다. 대체조제 관련 약화(藥禍)사고(약물위해·의약품사용과오 등으로 환자가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음)의 최종 책임은 약사에 있단 점도 법에 명시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조제 자체에 대해서도 의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회원(3234명 참여)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체조제 제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현행 대체조제 제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성분명 처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95.7%에 달했다. 약사가 의사 대상의 사전 동의·사후 통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 대상이 된단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도 55.9%로 과반을 차지했다.
의협은 해당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적 대응 가이드라인과 불법 대체조제 신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관계기관 협의체 구성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달 초 협회 내 불법 대체조제 신고센터를 개설, 이달 17일 대체조제 후 환자나 의사에게 통보하지 않은 서울 소재 약국 2곳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의협은 약사의 대체조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약품 명칭 대신 성분명 기재) 법안 등을 두고 대정부 강경 투쟁 의지를 재확인한 상태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지난 25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와의 협력과 상생을 포기한 채 의료 본질을 왜곡하고 면허 영역을 훼손하며, 의약분업 원칙을 무너뜨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과 정책을 강행한다면 주저 없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