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초과세수]⑦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이 화두로 던져진 가운데 정치권 셈법은 복잡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방향의 큰 틀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6·3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신중한 모습이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 판세를 뒤집을 만한 호재로 활용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놓은 '반도체 초과세수 기반 국민배당금' 구상이 뜨거운 감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거둘 법인세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 따른 법인세수를 활용한 경제 선순환이란 메시지의 취지와 달리 '기업 이윤 나누기'로 비치면서 '국가가 수익을 강탈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논란의 특징은 당과 청와대의 사전 교감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계에서 연구하고 학문적 고찰이 먼저 선행돼야 하지 않나"라며 "솥뚜껑을 먼저 열어버리면 설익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원론적인 취지에는 동의하는 의원들조차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다.
결과적으로 '국민배당금' 제안이 지금 당장 여당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이념적 논쟁으로 번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판을 뒤집을 '호재'로 판단하고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번 발언이 김 실장의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닌 사회주의적 공상이나 '반(反)기업 정서'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김 실장의 메시지가 나온 이후 공교롭게도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면서 야당은 개인투자자들 반발 심리를 지렛대 삼은 공세를 더했다.
여당 입장에선 선거 날짜가 다가올수록 '지키는 싸움'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 구도는 경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주요 격전지에서 지지율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특히 TK(대구·경북)는 물론, 서울에서도 최근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를 보이며 접전 양상이다.
실제 정당 지지도 역시 좁혀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이 45%, 국민의힘이 23%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p)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2%p 올랐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과 '공소 취소(조작 기소) 특검' 추진에 따른 보수층 결집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민주당 입장에선 돌발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비롯해 중동발 안보 변수,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 등이 대표적이다. 선거 전까지 야당의 프레임 공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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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사에 활용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2.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