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는 3가지 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 중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 저지다. 대의원 찬반 투표 결과 찬성 50표, 반대 121표, 기권 2표로 부결됐지만 김택우 회장 집행부가 쫓기는 상황에 놓인 만큼 제2의 '의정갈등'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전운이 감돈다.
정부는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성분명 처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에는 의사가 특정 의약품을 골라 '상품명 처방'했는데, 이를 약사가 동일 성분이라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코로나19 이후로 해열제 품귀 현상 등 의약품 공급난이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며 이재명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게 바로 성분명 처방이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이 '필수 의약품' 수급난을 얼마나 해소할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동일 성분의 다른 상품을 고르려고 해도 채산성이 따르지 않으면 제약사가 애초 만들지를 않기 때문이다. 수입하는 원료의 가격이 오르는데 정부가 약값을 낮게 책정해 수익이 나지 않으면 어느 기업이 필수 의약품을 만들겠다고 나서겠는가.
코로나19 이후 필수 의약품 품절은 반복되고 있다. 분만 유도제 '옥시토신'은 1년 전 원료 수급이 안 돼 국내 허가된 두 개 제품이 모두 일시적인 공급 중단에 직면했다. 앞서 2023년에 '품절 현상'을 겪고 약값을 올렸지만 달라진 게 크게 없었다. 예비 부모는 물론 현장을 지키는 산부인과 의사조차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의료계에선 "올렸어도 개당 270~280원에 불과한 낮은 약값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필수 의약품 수급 불균형은 원료 의약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 낮은 약값으로 인한 제조사 이탈, 유통 구조의 왜곡 등이 맞물린 결과다. 제약사의 채산성을 정부 지원으로 맞춰주는 것이 보다 빠르고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국회와 정부가 '필수 의약품 대책'이라며 성분명 처방을 밀어붙이는 새 의료계와 커지는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도 함께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