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손잡은 中 ADC 신약, 결과 앞세워 글로벌 존재감 강화

정기종 기자
2025.11.05 16:10

켈룬바이오텍·한소제약 등 머크·GSK에 이전 물질 주요 임상 결과서 경쟁력 과시
국내 대표주자들도 존재감 인정…"단순 대결로 버틸 수 없는 격차, 협업도 방법"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손잡은 중국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들이 잇따라 주요 임상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임상 진척에 따라 원개발사에 기술료가 유입되는데, 기술을 개발한 글로벌제약사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단 평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글로벌 대형사로 기술이전 된 중국산 ADC 신약 후보들이 줄줄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특히 후기 단계 임상에서 우호적 데이터를 확보하며, 상업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부여된다.

중국은 2021년부터 시작된 5개년 계획에 '생명공학 분야 리더'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공격적 지원책을 배경으로 신규 모달리티인 ADC 분야 경쟁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후보 물질들을 빠르게 임상 단계에 올려, 글로벌 기술 세일즈를 촉진하는 구도 조성에 힘을 실은 것이 배경이다.

실제로 이를 기반으로 2023년 한소제약, 쓰촨바이오킨 등이 GSK와 BMS 등 글로벌 제약사에 ADC 신약 후보를 이전했고, 지난해에도 듀얼리티바이오로직스가 GSK와 맞손을 잡았다. 모두 최소 1조원부터 10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계약들이다.

올해 역시 1월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가 로슈에 1조5000억원 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달엔 일본 다케다가 중국 이노벤트와 총 114억달러(약 16조5000억원) 규모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2종의 ADC에 대한 공동 개발 권리를 도입했다. 일본 제약사가 중국기업과 체결한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다.

이처럼 수년간 누적된 중국산 ADC 기술이전 성과는 최근 주요 학회 등을 통해 결실로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도출된 임상 결과들이 대표적이다.

해당 학회에서 중국 켈룬바이오텍과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TROP2 ADC '사시투주맙 티루모테칸'(SacTMT)은 HR+/HER2- 전이성 유방암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두 적응증 모두에서 표준 화학요법 대비 유의미한 생존 이점을 확보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 암종 모두에서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를 약 두배 수준으로 개선한 것이 골자다. 두 적응증 모두 허가를 기대할 수 있는 임상 3상 결과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머크가 지난 2022년 중화권을 제외한 전세계 권리를 약 14억달러(약 2조원)에 도입한 물질이다.

한소제약 역시 지난 2023년 GSK에 글로벌 권리를 넘긴 'HS‑20089'의 플래티넘 내성 난소암의 2상 결과를 공개했다. 기존 단독 화학요법에서 20%를 넘지 못했던 객관적반응률(ORR)을 48.5% 수준으로 높인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됐다.

한소제약은 해당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달 또 다른 ADC 물질 'HS‑20110'의 중화권 제외 권리를 로슈에 최대 14억5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에 이전하기도 했다. 전체 항암 분야에선 선두지만, ADC 분야에선 다소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로슈의 적극적 추격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공격적 투자를 앞세운 'ADC 강국 중국'의 존재감은 이미 국내 주요 관계자들 역시 인정하고 있는 분야다. 전체 바이오 기술 경쟁력에선 아직 국내가 중국 보다 한 수 위라는 분위기가 짙지만, ADC 분야에선 발 빠른 중국과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기술의 질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경쟁이 아닌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산 ADC 분야 대표 주자인 리가켐바이오 김용주 대표는 지난 9월 서울대 강연에서 "(ADC 분야)중국 공세는 단순한 시간 싸움만으로 버틸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에 눌리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플랫폼, 협업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8월 삼성서울병원 ADC 컨퍼런스를 통해 "중국 파트너와 협업해보면 돈이 되는 분야에선 놀랄 만큼 빨리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임상 속도와 자금력 부분에서도 국내와 격차가 큰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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