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0.5~-0.75디옵터)는 눈 망막에 맺혀야 하는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며 먼 거리의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시력 질환이다. 성장기에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이 된 후 녹내장·망막박리 등 안과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들 질환은 실명 위험을 높인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대한안과학회가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2025 눈의 날 팩트시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근시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타이완·싱가포르·중국·일본을 포함한 극동아시아의 근시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80~90%에 달한다. 유럽·미국(25~58%), 아프리카(8~30%)와 차이가 크다. 학회는 오는 2050년 세계 근시 인구 비율이 50%(약 50억 명)에 달하고, 그중 고도근시 환자는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도 근시 유병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 40세 이상 성인의 연도별 성인 근시 유병률을 표준화했더니 성인 근시 유병률은 2008년 34.9%에서 2012년 41.7%, 2017년 49.4%, 2020년 53%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근시 발생 속도는 성인보다 빠르다. 2024년 건강검진에서 시력 이상(나안시력 한쪽이라도 0.7 이하 또는 교정시력)으로 판정받은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앞서 교육부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 가운데 근시 유발 비율은 1985년 8.8%에서 1995년 24.9%, 2005년 46.6%, 2015년 54.7%에서 지난해 57%로 늘었다. '근시 청소년'이 40여년 만에(8.8→57%) 6.5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을 포함한 극동아시아의 소아청소년 근시 유병률이 빠르게 느는 데 대해, 학회는 △높은 교육열 △유전적 요인 등 2가지를 강력한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학회 유정권 기획이사는 "중국 내에서도 베이징·상하이의 근시 비율이 높고 지방은 낮아 지역별 편차가 큰데, 이것만 봐도 교육열과 성장기 근시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여기에 근시와 관련된 유전자가 아시아 인종에게 많다는 사실도 한국인의 근시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근시 환자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8배 높고, 근시가 심할수록 시야 결손과 황반변성이 빠르게 나타난다.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4.6배, 초고도근시(-8디옵터 이상)는 백내장 발병률이 최대 5.5배 높아진다. 학회 김찬윤 이사장은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기에 실명할 위험을 높인다"며 "성장기에 근시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5~18세 성장기의 '고도근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7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7년)에 따르면 5~18세에서 고도근시가 6.9%였는데 11세에 6.8%, 16세 이후엔 20%에 달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고도근시 유병률도 상승세다. 2013~2022년 군 신체검사를 받은 서울지역 19세 남성에서 근시 유병률은 70.7%, 고도근시 유병률은 20.3%였다. 매년 평균 0.61%, 0.33%씩 유병률이 증가했는데, 이런 추세대로라면 2050년 근시 유병률은 90.9%, 고도근시 유병률은 31.3%로 증가할 것이란 게 학회 예측이다.
학회 유정권 기획이사는 "근시는 단순한 굴절 이상이나 시력 저하가 아닌, 잠재적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적 안질환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소아청소년기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기 녹내장, 망막질환, 백내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기검진과 올바른 생활방식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시는 유전적 원인 외에도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활용한 근거리 작업의 증가, 야외활동 부족이 영향을 미친다. 이에 학회는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이 근시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유정권 기획이사는 "햇볕을 쫴 도파민이 분비되면 근시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스마트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책을 보는 거리는 30~35㎝(컴퓨터 화면은 50㎝)가 적당하며, 근거리 작업은 한 번에 45분을 넘기지 않도록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6세 이후의 소아청소년은 매년 안과검진을, 40세 이상의 성인은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를 받는 것도 권장된다. 안저검사는 사진을 찍듯 눈 내부를 촬영하는 검사로, 망막이나 망막혈관, 시신경 등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근시가 있으면서 비문증(날파리증), 광시증(빛 번쩍임)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망막박리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안과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학회 김찬윤 이사장은 "시력은 조기에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실명이 진행되면, 시력을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근시가 있다면 생활방식을 교정하고 정기 검사를 통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