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코로나 아니다…당뇨병 환자 뇌졸중·심장병 위험 53% 높인 이 병

박정렬 기자
2025.11.14 10:48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

연령별 당뇨병 유병률/그래픽=윤선정

매년 11월 14일은 국제당뇨병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약 550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65세 이상은 10명 중 3명 가량이 당뇨병 환자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수미의 사망 원인이 '고혈당 쇼크'로 알려지면서 '고령 당뇨병'에 대한 관심은 한때 커지기도 했다.

당뇨병은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만성 대사질환이다. 고령화와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한다. 당뇨병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처럼 뒤따르는 합병증과 동반 질환이 더 위험한 병이다. 심장, 혈관, 눈, 신장, 신경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고 세포 매개 면역 기능이 손상돼 감염병에도 취약해진다.

겨울철에는 독감(인플루엔자)·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이 위험하지만 그만큼 대비해야 할 감염병은 '대상포진'이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 걸리기 쉬운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하면서 신경뿐 아니라 혈관에 염증 변성을 야기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률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 등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리면 4중 1명은 혈당이 악화하고, 당뇨병이 없는 대상포진 환자보다 뇌졸중·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53% 증가한다. 당뇨병뿐 아니라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을 모두 가진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급성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2.9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65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동일 연령의 비 당뇨병 환자 대비 대상포진 발병률이 3배 이상 높고 합병증 위험이 커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상포진 환자 10명 중 3명은 65세 이상으로 만성질환 등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감염병처럼 대상포진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과 재조합백신 두 종류다. 대한감염학회는 50세 이상 성인과 만 18세 이상 중증면역저하자에게 재조합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면역력이 떨어졌어도 접종할 수 있고 50세 이상 성인에서 97.2%의 유효성과 장기간(11년 추적) 연구에서 강력한 예방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재조합 백신은 당뇨병(91.2%), 고혈압(91.9%), 관상동맥(심장)질환(97.0%) 환자에게서도 높은 예방효과를 갖는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캠페인 등을 통해 50세 이상 당뇨병 환자에게 대상포진 재조합 백신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감염 질환 관리가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 대상포진 경험자나 생백신 접종자도 재조합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대상포진 백신은 무료 접종 대상은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지역마다 지원 대상과 백신 종류가 달라 '건강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대상포진 백신의 '단계적 포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최성희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의 감염 예방이 개인 건강을 넘어 사회적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대상포진 백신은 비용 효과성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면역저하자, 기저질환자,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서도 우선순위를 설정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거나 일부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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