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에 따른 잇따른 성공 사례로 방사성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출시 1년 만에 9억 8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SK바이오팜, 퓨쳐켐, 듀켐바이오 등 국내 기업도 방사성 의약품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9일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 현황'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방사성의약품이 진단에서 치료 분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며 "RLT(Radio Ligand Therapy), RPT(RadioPharmaceuticalTherapy) 등의 방사성 의약품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그 파급력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방사성 의약품은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선 동위 원소'와 암세포 등 표적에 결합하는 '리간드', 이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리간드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고, 링커로 연결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방사선(α선·β선)을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절단하고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은 γ선이나 양전자(β⁺)를 방출해 PET·SPECT 영상 촬영에 활용된다.
방사성 의약품의 가장 큰 특징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암을 보고 정교하게 치료하는 게 가능하고 주변 세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빈도·강도가 항암화학요법보다 훨씬 낮아 환자 수용도가 더 높다.
암 세포에만 특이하게 달라붙는 고분자·항체 등이 개발되고 체내 안전성이 향상되면서 방사성 의약품의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 시작점으로 꼽히는 노바티스의 플루빅토는 전립선암 세포 표면에 고도로 발현되는 '전립선 특이 막 항원(PSMA)'과 결합해 암세포에 치료용 방사선을 전달한다. 2022년 미국에서 첫 허가를 받은 이후 출시 1년 만에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하며 방사성 의약품의 '열풍'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도 2023년 6월 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 2024년 5월 허가를 받아 현재 처방되고 있다.
바이오협회는 리서치기업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의 보고서를 인용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가 올해 75억 1000만달러(약 10조 8100억원)에서 연평균 7.53% 성장해 2034년 약 144억 4000만달러(약 20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암을 비롯해 알츠하이머 치매,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의 진단·치료에 강점이 있고, 이런 환자들이 고령화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일라이일리, 아스트레제네카 등 글로벌 빅 파마는 물론 국내 SK바이오팜, 퓨쳐켐, 듀켐바이오, 셀비온도 진단용·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이 방사성 의약품을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방사성 의약품은 단순한 신약이 아니라 생태계 산업에 가깝다. 치료제가 분해되기 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배송→투여가 이뤄져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첫 단계인 '생산'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방사성 동위원소는 여전히 테라파워 등 해외 중심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선두 주자인 노바티스의 경우 지난해 1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세계 최대 규모인 6500㎡(약 1966평)의 제조시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으로 연간 25만 도즈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나아가 지난 4월에는 향후 5년간 미국에서 핵심 의약품 생산 인프라에 230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일환으로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신규 제조시설을 신설 기존(3개) 시설 확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성 의약품은 기존 약과 작용방식(기전) 등이 크게 다르다. 전문 인력 교육부터 PET 스캔 이용 보장, 방사성 폐기물 처리 규제 등 다층적인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혁신적인 '방사선 미사일'(방사성 의약품을 칭하는 말)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