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100만 시대…"일본 '출장 치과' 도입해야" 치과의사 제언, 왜

정심교 기자
2025.11.19 17:13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19일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이 국내 노인의 부실한 구강관리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스스로 구강을 관리하기 힘든 노인을 위해 일본식 출장 치과진료 모델을 도입하고, 치매 노인을 직접 찾아가 구강을 점검하고 치과 치료를 국가가 서둘러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 국내 치매환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충치·풍치 같은 치아·잇몸 질환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다.

1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초고령사회, 노인 건강과 돌봄을 위한 구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주제 발표한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따뜻한치과병원 대표원장)은 이같이 제언하며 "일본이 치매환자에게 지원하는 구강 돌봄사업을 국내에서도 벤치마킹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정부가 40여년 전 실시한 노인구강정책인 '8020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국가보건정책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80세까지 자연치아 20개를 보존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은 1987년 '홈치과 하우스 콜케어 팀'을 신설한 이후 방문치과 진료를 시행해왔다. 노인을 찾아가 구강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으로, 이를 확장해 2010년엔 치과대학 5학년생의 가정방문 연수를 의무화하고, 급기야 2014년엔 '방문치과 및 구강관리학과'를 개설했다.

이 성과로 2016년 일본 내 80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자연치아 개수가 20개 이상 남아있는 비율은 51.2%에 달했다. 심지어 2022년 4월엔 나이 든 반려견을 찾아가 구강관리해주는 '방문진료 수의사협회'가 설립됐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구강건강이 전신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 일본이 선제적으로 주목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정부는 개호(돌봄) 보험법을 개정해 '월2회 전문가의 구강관리서비스' 외에도 노인을 찾아간 간호사, 재활 전문직원, 개호 직원 등이 해당 노인의 구강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그 정보를 노인의 동의 하에 치과에 전화로 알리고, 그 보상으로 전화 1통당 한화 5000원씩 받는 등의 가산 혜택을 제공한다는 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임지준 회장은 "치매환자가 치료 치료를 받지 않을 때 기억력·인지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치매가 더 빠르게 악화한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식 출장 치과진료 모델을 서둘러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왼쪽)과 일본(오른쪽) 정부의 방문치과 진료 시스템 유무 비교. 한국은 일본이 방문치과 진료를 도입하기 전인 40여년 수준에 머물러있다. /자료=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구체적으로 보면 의학계에서 입증한 구강 건강 상태와 치매의 연관성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와 있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에 따르면 치아로 한 번 씹을 때마다 혈액 3.5㎖가 뇌로 전달돼 뇌 기능이 활성화한다. 이는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의미다.

둘째, 치주염(잇몸염증)을 일으키는 치주균 자체차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치주염 환자에게 치주균이 잇몸을 통해 혈액 속으로 유입되면 이를 물리치기 위해 뇌에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투입되는데, 그 잔해물로 베타아밀로이드(치매를 유발하는 뇌 노폐물)가 쌓여 뇌를 압박한다. 이후 뇌세포가 사멸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이 밖에도 구강질환은 치매뿐 아니라 뇌졸중, 기관지염, 폐렴, 심장질환,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임신부의 조산율과 저체중아 출산율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데도 한국 노인의 구강 관리 실태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9월 서울 송파구의 한 요양원에서 검진받은 노인 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후 노인의 86.4%에서 입속에 음식물이 남아있었다. 또 40.1%(22명)가 틀니를 사용했는데, 대다수에서 틀니 내부에 오랜 기간 닦이지 않은 음식물이 치석과 뒤엉켜 곰팡이에 감염된 흔적이 발견됐다. 임 회장은 "구강 내 잔류 음식물은 썩으면서 입 냄새를 유발할 뿐 아니라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이 되고, 삼킴 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겐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치매는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2022년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은 10만명당 22.7명으로 2012년(6.6명)보다 10년 새 241.2% 늘었다. 같은 기간, 폐렴(154.4% 증가), 암(11% 증가)보다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임 회장은 "치아 1개당 수명을 1~1.5년 연장하고, 가치는 3400만원으로 환산된다"며 "치매환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한국에서 노인의 구강 관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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