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백신 도입 시 정부가 제조사와 체결한 비밀유지협약이 최근 '이물질 코로나 백신' 감사 결과로 재조명된다. 정부는 백신 구매에 수조 원의 예산을 쓰고도 상호협약에 따라 이물질이 발견된 백신 제조사가 어딘지조차 밝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20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감사원이 코로나 백신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당시 질병관리청장이었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나선데 이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코로나가 유행한 2021~2024년 1285건의 백신 이물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질병청이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회분의 접종을 강행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대응매뉴얼 상 이물 발생이 의심되는 백신은 질병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질검토를 요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범위·수준을 정하게 돼 있는데 식약처에 알리지 않고 '자체 종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고된 이물질의 10%는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물질이 발견된 백신이 어느 제조사 제품인지는 알 수가 없다. 백신 계약 당시 이뤄진 비밀유지협약 때문이다. 이번 이물질 코로나 백신 감사원 조사 보고서에서 제조사는 모두 '비공개' 처리됐는데, 질병청마저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제조사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밀유지협약은 백신 계약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것으로 코로나 유행 당시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와 동일하게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백신 가격과 도입 물량, 시기 등이 비밀 조항에 포함됐는데 예고되지 않은 '깜깜이 접종'으로 백신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려 관련 서버가 다운되는 등 혼란이 일기도 했다.

비밀유지협약에는 접종 과정에 발생하는 부작용 등에 대한 면책조항도 포함됐다. 2020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례 브리핑를 통해 "면책 요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요청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1년여의 짧은 시간 개발·보급돼 장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이물질 백신 제조사 비공개 결정도 일종의 '면책특권'으로 해석된다.
면책조항의 내용과 범위는 계약 후 5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공개 불가'로, 앞으로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원 발표 후 질병청은 "이물 백신은 모두 접종하지 않았다"며 해명자료를 냈지만 다른 백신과 달리 왜 코로나 백신은 식약처에 품질 검토를 요청하지 않은 건지, 제조사에서 '위해 우려가 없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왜 접종을 보류하지 않았는지 등은 여전히 쟁점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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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생산 과정에 문제가 없는데 백신에 이물질이 나왔다면 정부가 이송 과정 등에서라도 '원인'을 직접 확인하고 발표하는 게 당연하다"며 "비밀유지협약상 면책조항에 해당하거나 비공개 대상이라면 그 사실 자체를 제조사와 협의해 최대한 솔직히 알려줘야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수용해 백신 품질 이상 발견 시 구체적인 신고· 처리 절차를 마련한 데 이어 코로나 백신처럼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유통된 백신의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 식약처에 품질조사를 의뢰하는 등 예방접종 과정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비대칭 계약'을 막기 위해 다가올 감염병에 대비해 '백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 업무보고에서 "2028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코로나 mRNA 백신 플랫폼을 국산화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백신 업계에서는 "코로나를 타깃해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임상 과정이 까다롭고 개발 후에도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마 과장은 "민간 기업 위주의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제약사와 관계·투자를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