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확보 쇼" 의대 2000명 증원 미스터리, 의사들 역공 시작

정심교 기자
2025.11.28 15:21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3월 조규홍(오른쪽)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은 박민수 당시 복지부 제2차관. 2025.03.18.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가 충분한 근거 없이 의과대학 정원을 늘렸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사집단에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대증원책에 반발해 수련병원과 의대를 떠난 전공의·의대생들에게 '처단', '처벌'이란 표현을 언급하며 복귀를 종용했던 당시 정부를 향해 의사들은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는데, '역공'이 시작된 셈이다.

28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정갈등 및 의료현장 혼란의 책임은 전 정부에 있다"며 "의료농단 사태를 일으킨 정책 결정자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27일) 감사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2월 6일 발표한 '5년간 연 2000명 의대 입학정원 증원'으로부터 △2035년 부족 의사 추계 부적정 △의사단체 의견수렴과 보정심(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미흡 △의대정원 배정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의대 증원 규모 결정의 중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했다. 의대 증원 논의 기간 윤 전 대통령은 정부에서 가져온 증원안을 보고 받을 때마다 "더 많은 증원"을 요구했고, 그 결과 증원 규모는 애초 500명에서 1000명으로, 다시 2000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27일 발표하며, 의대정원 증원 결정 경위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자료=감사원

보건복지부는 증원 규모의 근거 마련을 위한 '2035년 1만5000명 부족' 전망이 취약지 자체 충족률을 기준으로 산출한 연구 결과이며, 이를 전국 의사 부족분으로 확대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 부족 의사 수를 현재 부족분 5000명과 단순 합산한 것도 시점이 다른 수치를 결합·제시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내부적으로는 부족 규모가 5841명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자체 분석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전 정부의 근거 없는 대대적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계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었다"며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의사 부족→ 증원'이라는 정책 흐름이 사실상 근거 없는 '의사 수 확보 쇼'에 불과했음을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왜곡된 수요 추계를 반복하며 혼란을 야기한 박민수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포함한 당시 정책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정갈등의 선두에 섰던 전공의들도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7일 "이번 감사 결과를 절차적 흠결을 개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이미 벌어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절망해 수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절차가 부재했고 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전공의·의대생의 선배 격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 과정 전반에 심각한 비합리성과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이 공식적으로 입증됐다"면서 "2년 동안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에 대한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날을 세웠다.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 표지. /자료=감사원

의사집단에선 이번 감사원 발표에 대해 '책임자 처벌'과 함께 '의정 간 현실적인 대화와 논의'가 오갈 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전협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의정협의체'를 점검·개선해 정부가 의료계와 보다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2020년 의정 합의에서 '재추진 시 협의'를 명시했음에도 실제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법적 논의 기구로서 2000명 증원을 심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꼬집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도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의협도 위원회에 참여해 합리적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문가 의견 반영이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대증원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추계위에 참여하는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당시 의대 정원 증원이 너무 급격한 변화를 주장했고 그로 인해 의정 갈등이 생겨서 추계위가 생긴 것"이라며 "추계위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수급추계를 진행하는 것인 만큼 이번 감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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