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동 걸린 '의대증원'…의사들 "증원 방향성 정하고 졸속 추계" 반발

홍효진 기자
2025.12.31 13:20

추계위 "2040년 의사 수 최대 1만1136명 부족"
2035년 기준으로는 "최대 4923명 부족" 추계
의협 "추계위원조차 합의 안 돼…자체 추계 결과 1월 발표"
대전협 "증원 방향성 정하고 부실한 데이터로 추계"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 9월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40년 부족한 의사 수가 1만1000여명에 달할 것이란 추계 결과가 나오면서 '의과대학 증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료계에선 추계 과정 자체를 문제 삼으며 자체적으로 재추계에 들어간 가운데, 의대 증원이 지난해 의정 갈등의 도화선이 됐던 만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30일) 공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의 추계 결론에 대해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란 방향성을 이미 정하고 낸 성급한 결론"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추계위는 전날 12차 회의를 거쳐 도출한 기초모형 기준 추계 결과 △2035년엔 총 1535∼4923명 △2040년엔 5704∼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도를 2035년으로 좁혀 볼 때 10년간 최대치 의사 부족분(4923명)을 해소하려면 매년 약 500명의 증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계는 추계위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명확한 추계를 위해 더 많은 변수를 적용해야 했고, 정확한 검증 방법에 대한 추계위 내부 합의도 필요했는데 그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협 차원에서 원자료 요청과 검증을 통해 별도로 추계를 진행 중으로 오는 1월 자체 추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협회의 별도 추계가 추계위가 내놓은 결론과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간호법 제정을 통한 진료지원 제도 합법화로 입원 의료 공급 영역에서 필요한 의사 인력이 줄고 있단 점 △비대면 진료 확대로 필요한 의사 인력이 감소 중이란 점 △정부의 요양병원 구조조정·돌봄 사업 확대로 요양 관련 의료 공급에서도 필요한 의사 수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단 점 등을 들며 이러한 변화 요인이 추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의협을 향해서도 "2040년 부족한 의사 수가 1만8000여명 수준이란 내용이 알려졌을 때도 아무 조치도 없었다"며 집행부 사퇴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추계위는 지난 9차 회의에선 '2040년에 부족한 의사 수는 최대 1만8739명'이란 중간 결괏값을, 이후 11차 회의에선 같은 시점의 부족한 의사 규모가 '최소 9536명에서 최대 3만6094명'에 달할 수 있단 분석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보건복지부 정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초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안에 반발했던 전공의들도 이번 추계위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증원이란)방향성을 정해두고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계는 전 정부의 과오와 다를 바가 없다"며 "의대생 교육 여건조차 개선되지 않은 현 상황에선 기존 젊은 의사에 대한 양성과 지원 방식이 먼저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계위 운영은 결과가 도출되며 일단락됐지만, 막판 회의까지도 변수 적용과 산출 방식 등을 놓고 위원들 간 격론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계 모형에 인공지능(AI) 발달이 의사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요 변수가 적용됐으나, 이 적용 비율을 두고도 뚜렷한 합의는 없었단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추계 모델엔 AI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을 최대 6%로 가정하고 있다.

추계위원인 김현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부교수는 추계 결과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AI 기반 진단 판독·의사결정 지원이 일상화되면 단위 시간당 진료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6%란 수치는 지나치게 낮다"며 "많은 논문이 AI가 도입된 영역에서의 생산성 증가를 20~70%라고 얘기한다. AI가 의료를 얼마나 변화시킬지에 대한 예단이 어려워 위원들 간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썼다.

정부 역시 의료계 불만을 인지 중이지만 추계위 결론은 객관성이 담보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 불만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많은 이들이 전문성을 갖고 장기간 논의한 결과인 만큼 추계 결과가 객관성이 떨어진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의대 정원 논의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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