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이 피운 담배, 내 폐에 치명적?...평생 '비흡연' 여성이 암 걸린 이유

홍효진 기자
2026.02.06 17:51

[의료in리포트]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88% 비흡연자
간접흡연·대기오염 등 '비흡연 폐암' 위험요인
초기 증상 거의 없는 폐암…조기진단이 핵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주에 사는 전업주부 서윤정씨(가명·40대)는 지난해 12월 건강검진에서 폐암 1기 진단을 받았다. 평생 비흡연자로 살아온 서씨에겐 충격적인 결과였다. 서씨는 "간접흡연이나 미세먼지 등 다른 위험요인이 많다고 듣긴 했지만 내가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데 주변에선 '오래 흡연해서 그런 거냐'고 오해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폐암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남녀 전체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다. 과거에 비해 5년 상대 생존율(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이 늘긴 했지만, 전립선암(96.9%)·유방암(94.7%)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생존율(42.5%)을 보인다. 이러한 폐암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는 '흡연'이지만 서씨처럼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여성 폐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비흡연자로 알려졌다. 비흡연자는 담배를 아예 피워보지 않은 이들을 포함해 평생 100개비 미만의 담배를 피운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여성 폐암 환자의 최대 53%가 비흡연자인 것으로 추정한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폐암 환자의 88%가 비흡연자로 보고된다. 2023년 연령별 국내 여성 폐암 발생률 순위를 보면 50대 4위, 60대 3위, 70대 1위로 주로 고령층으로 갈수록 많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다.

비흡연자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간접흡연이 꼽힌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직장이나 집에서 간접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도가 평균 3.7% 높았고, 직장과 집 모두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그 위험도는 5.3%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환 한양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의 대표적 위험 인자는 흡연이지만 간접흡연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흡연자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비흡연자는 폐암 발생 위험도가 최대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외에도 △광산 인근에서 흡입하는 석면이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건설업·조선업 등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에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직업군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 시 발생하는 연기 △유전·가족력 등도 비흡연 폐암의 위험 인자다. 대한폐암학회는 "비흡연 폐암 환자는 흡연이란 유발 인자가 없는 상태에서 예상치 못하게 폐암이 진단돼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과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은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75%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과 진단이 어렵다. 기침, 객혈,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치료가 어렵고 치료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최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병변이 조기에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단 점은 긍정적이다. 면역치료 등의 발전으로 수술 후 치료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 송 교수는 "수술 전 면역항암제 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이거나, 진행을 늦춰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를 수술까지 이르게 하는 등 치료 방식에서도 획기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폐암은 여전히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질병은 맞지만 조기 진단을 위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신속한 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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