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성추행 비호·경영간섭 전면 반박

박정렬 기자
2026.02.25 04:05

한미약품 임원 처분무마 부인
부당개입 의혹엔 "경영 조언"
경영권분쟁 신호탄 해석 일축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 /그래픽=최헌정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불거진 한미약품 성추행 임원 옹호와 부당 경영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미약품 팔탄공장 고위임원의 성추행 논란이 일자 신 회장이 해당 임원의 처분을 무마하려고 시도한 듯한 정황이 박재현 대표의 녹취 폭로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한미약품 임원들은 신 회장에게 공식사과와 경영간섭 중단을 요구하며 규탄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한 것이 아니며 처분을 무마하려는 시도 역시 "시기상 성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와 만나 녹취가 이뤄진 시점은 이달 9~10일로 이미 해당 임원이 지난달말 징계위원회 개최 후 사표를 내고 나간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녹취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박 대표가 올해 임기종료라며 개인적으로 연임을 부탁하려 약속도 없이 사무실에 찾아왔다"며 "성추행 행위 수위에 대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상황에서 현 대표와 각을 세우는 인물이 연루돼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뒤늦게 관련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생각이 짧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성추행 임원이 자신의 측근이라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이에 타 제약사로 이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애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추천한 인사는 있지만 한미약품을 포함한 계열사 인사는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에는 인사권한이 있는 '측근'이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 등이 주장하는 부당 경영간섭에 대해선 지난해 초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대주주연합(4자연합)으로부터 구매·생산분야에 관여해달라는 공식요청을 받았다고 '반격'했다. 이에 40여년간 한양정밀 회장으로 제조업에 몸담은 전문성을 토대로 기계가동 연장, 원료구매 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입찰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건의했다는 게 신 회장의 입장이다.

그는 "전문경영인이 잘못 판단하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대주주가 감시·견제하고 관여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전체 주주를 위해서라면 부당 경영간섭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앞으로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체계를 재편하는 것도 제안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신 회장은 코리포항 등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6.45%)를 취득하며 지분율을 22.88%까지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한양정밀 지분(6.95%)까지 합치면 30%에 육박한다.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 재촉발 등 다양한 해석이 오가며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하루 만에 18.6% 급등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임종윤 측이 자금적으로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이뤄진 계약"이라며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이라는 일각의 해석은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과는 열 살 차로 고향(김포시 통진읍 가현리)과 출신 고교(옛 통진종합고등학교)가 같다. 두 사람의 협력관계는 2000년 한미약품이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신 회장이 임 회장에게 보유지분을 넘기면서 본격화했다. 이어 2010년 신 회장은 420억원을 투자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를 사들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2020년 임 회장이 별세한 이후 2024년 모녀(송영숙, 임주현)와 형제(임종윤, 임종훈)간 경영권 분쟁과정에 '키맨'으로 부상했다. 초기 신 회장은 모녀의 반대편에서 형제를 지지했고 이에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제가 승리했다. 하지만 형제와 투자유치, 경영방식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이후 모녀와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손잡고 '4자연합'을 구성했고 결국 경영권은 모녀를 포함한 4자연합에 돌아갔다. 이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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