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n리포트]
자폐 아동의 부모 29.1% "정신건강 문제' 경험
'광의의 자폐 성향' 있는 부모, 정신건강 더 취약
"지원 프로그램 부모에게도 확대해야"

자폐 아동 부모 세 명 중 한 명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단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 성인의 정신장애 유병률(어느 한 시점 내 특정 인구집단·지역에서 질병을 보유한 인구수)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연구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 부모의 정신건강 이해: 아동 관련 요인 외 스트레스 유발 인자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자폐·발달장애 학술지'(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제한적·반복적 행동에 흥미를 보이면서 사회성과 언어 능력이 결핍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폐증 환자는 2020년 1만2386명에서 2024년 2만3695명으로 1.9배 늘었다.
연구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 232명과 이들의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및 심리학적 평가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모 중 29.1%(135명)가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면 문제 등 임상적으로 유의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성인의 정신장애 유병률(8.5%·보건복지부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기준) 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아버지에게서 가장 많이 보고된 정신건강 문제는 PTSD, 조증, 수면 문제, 신체화(내과적 이상이 없음에도 신체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정신장애), 대인관계 민감성 등 순이었다. 어머니의 경우 PTSD, 우울증 , 조증, 자살 생각, 대인관계 민감성 등 순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건강 문제 유병률은 남성 22.8%, 여성 35.3%로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자폐 아동의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는 핵심 요소가 '부모 자신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의의 자폐적 성향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흥미가 낮고 개인 활동 선호 △변화보단 일정한 규칙 선호 △대화 맥락 파악이나 적절한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 등 가족 내에 공유되는 신경 발달적 특성을 말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부모는 자폐 아동과의 소통에서 비언어적 신호 및 다양한 대화 맥락 이해에 어려움을 느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연구진은 "부모의 정신건강과 아동의 자폐적 행동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 변수를 추가하자 아동의 자폐적 행동의 영향력은 상당 수준 감소했다"며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높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간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이 아동의 증상 문제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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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정 교수는 "이는 부모에게 광의의 자폐적 성향이 있는 경우 일반 부모보다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이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에 중요한 만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지원은 가족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