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신사법 시행(내년 10월 시행)을 1년반 앞둔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들이 주도적으로 문신 시술 안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사집단 내에서도 문신사법 제정을 강하게 반대해왔는데, 법이 이미 제정된 만큼 문신사 위생교육 가이드라인을 의학적 요구 수준으로 만들고 '대한피부과학회 인증 문신업소'를 개설하는 식으로 피부과 전문의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을 내비쳤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연 '제77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문신 시술의 안전성과 제도화 문제를 정책 세션 주제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한 문신사법이 지난해 10월 제정된 후 피부과 전문의 사이에서 문신사법 시행 전후를 대비한 세션을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1300만명 넘게 문신(미용문신·서화문신 포함)을 시술받았고, 문신 시술자가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배유인 교수는 "이런 대형 시장이 형성됐고 문신시술은 의료행위인데도 문신 시술의 80% 이상이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감염, 색소 이상 반응, 알레르기 등 문신 시술 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시술 업소에서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신은 피부 진피층에 색소를 주입하는 침습적 행위로, 국내에선 단순 미용 시술이 아닌 의료행위로 규정된다. 이때문에 시술자, 기구, 업소의 위생 상태와 시술받는 '손님'의 면역력에 따라 의학적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문신 합병증은 △세균·바이러스 감염 △비결핵성 항산균 감염 △B·C형 간염, HIV(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등 혈액매개 감염 △알레르기·면역 반응 △피부암 등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한혜성 교수는 "문신으로 유발된 면역 반응이 포도막염으로 진행해 영구적인 시력 손상(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사례도 보고됐다"며 "문신을 한번 시술받았다가 단순 피부 문제가 아닌 전신 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학계에 꾸준히 보고된다"고 우려했다.
피부에 주입하는 문신용 잉크가 금속염·유기화합물·보존제가 섞인 화학물질 덩어리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신민경 교수는 "문신용 잉크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방향족 아민, 납, 카드뮴, 니켈 등 중금속 등이 들어있다"며 "이들 물질은 암을 유발하고 유전독성,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성분이 피부 속에만 머물지 않고 림프절·장기로 이동하거나, 자외선, 레이저 치료 시 분해되면 독성 물질로 바뀔 수 있다.
이날 대한피부과학회는 지금부터 내년 10월 문신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가 문신 시술의 의학적 안전 기준을 설계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유다애 교수는 "문신 업소의 멸균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시술 공간을 의료 수준으로 관리할 것, 무균 조작 기준을 적용하고, 의료기기 수준의 재료 추적 시스템(UDI)을 도입하는 등 의료 수준의 안전 기준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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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문신 시술로 발생한 합병증이 의료기관으로 전가되는 구조를 지적하며 △문신사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피부과·감염내과 등 전문의 중심의 의학적 판단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문신사 TF 위원인 김재홍 원장은 "문신사 대상 교육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감염·면역·약물까지 포함한 의료 안전 교육이어야 한다"며 "피부과 전문의 중심의 교육·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가칭 '대한피부과학회 인증 문신업소' 인증마크를 발급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문신사법의 제도화 방향과 관련해,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감염 관리 및 위생 기준 표준화 △문신사 건강검진 의무화 △교육과정의 의료 기반 설계 △감염사고 신고·대응 시스템 구축 △염료·의약품 안전 관리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지범 회장은 "피부과 전문의는 문신 시술로 인한 합병증 치료의 최종 책임을 담당하는 의료 주체"라며 "국민의 피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설계 과정에 피부과 전문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