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안고 '오열' 이란인, 그 모습 본 뒤로 '악몽'...'이런 사람' PTSD 주의

정심교 기자
2026.03.03 17:15

[정심교의 내몸읽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전쟁 실황을 담은 영상이 뉴스와 SNS를 통해 공유된다. 특히 SNS상에선 하메네이 사망 전후로 추정되는 영상뿐 아니라 6살 여아의 시신 일부를 들고 오열하는 이란인, 하반신이 사라진 채 발견된 교사 시신 등 미사일 폭격으로 처참한 현장 상황이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충격을 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아직 전쟁통에 남아있는 국민, 전쟁 현지에서 탈출한 국민, 국내에서 뉴스·SNS로 접하는 시청자 모두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 건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쟁 지역에서 건물 폭발, 참수, 훼손된 시신 등 잔혹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병할 소지를 키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조언으로, 전쟁 상황에서 정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텔아비브=AP/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구조대원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 피해 현장에서 부상 주민을 치료하고 있다. 2026.03.01. /사진=민경찬
체류 중인 국민 2만명, 트라우마→PTSD 주의

3일 당정에 따르면 중동 13개국에 우리 교민 2만1000여명이 체류 중이다. 이들은 안전부터 확보해야 한다. 정신건강을 논하기 이전에 주변 환경부터 안전해야 해서다.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지만 의도치 않게 처참한 상황을 목격했다면 극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심하게 훼손된 시신, 건물이 폭격되는 모습,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 등을 목격했을 때다.

실제로 이란 현지에선 처참하게 해체된 시신이 널브러진 채 발견된 현장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호 교수는 "전쟁의 처참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면 그것만으로도 PTSD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TSD는 어떤 기전으로 나타날까? 뇌 안쪽 위치한 편도체에서 촉발한 공포·불안은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통제한다. 하지만 전쟁·재난 등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으면 그 사건을 상기하는 자극에 편도체가 과잉 반응한다. 이때 편도체를 제어해야 하는 전두엽이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면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고 악몽을 꾸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테헤란=신화/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여자 초등학교 폭격 현장에서 구조대와 주민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초등학교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최소 148명으로 늘었으며, 9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2026.03.02. /사진=민경찬

한 사건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 가운데 10%에서 PTSD가 나타난다. PTSD는 빠르면 사건 발생 일주일 후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수년에서 수십 년이 흐른 뒤에야 뒤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 과거 6·25 전쟁, 베트남 전쟁의 참전용사가 이번 전쟁을 뉴스로 접하면 PTSD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미 다른 사건으로 PTSD를 진단받았거나 불안장애·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이번 전쟁 영상을 보지 말아야 하는 '금기 대상'으로 꼽힌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만약 이태원 참사 때 PTSD를 경험한 사람이 이번 전쟁을 알리는 뉴스를 보다가 폭격당한 건물 잔해에 깔린 영상을 접하면 PTSD 증상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이런 영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PTSD의 치료법 중 하나가 약물요법이다.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먼저 고려되는 약물로써, 이 약물은 우울증, 다른 불안장애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뿐만 아니라 PTSD 고유의 증상도 호전시킨다. 이 밖에도 정신 역동적 정신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최면 요법 등이 PTSD 환자의 심리요법으로 활용된다.

[카흐리작=AP/뉴시스] 지난 9일부터 11일(현지 시간) 사이 촬영돼 소셜미디어(SNS)에 유통된 영상 캡처 사진에 이란 테헤란 외곽 카흐리작의 영안실에서 한 남성이 시신이 담긴 가방에 엎드려 오열하고 있다. 2026.01.13. /사진=민경찬
탈출해도 급성 스트레스 반응 이어질 수 있어

전쟁이 발발한 지역을 벗어났다면 당분간 매우 불안하거나 초조한 감정을 불현듯 느낄 수 있다. 이런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한 직후 나타나는 정신적 불편감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한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비정상적인 환경에 대해 몸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반응이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진다.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그대로 누리는 게 중요하다. 단, 안정을 추슬러야 하는 시기에 전쟁 현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상·뉴스를 시청하는 건 피해야 한다. 전쟁 지역에서 대피하던 당시의 상황을 연상하게 할 수 있어서다.

전쟁 지역에서 탈출해 귀국했다면 당분간은 과도한 각성을 이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깊게 내쉬는 호흡 방식이 추천된다. 조서은 교수는 "특히 들숨보다 날숨에 더 집중하면 뇌 속 변연계의 각성 체계를 훈련할 수 있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각성 상태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한 달까지 이어져도 정상으로 친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어도 불편한 증상이 매우 심해 일상을 누리지 못할 정도이거나, 불편한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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