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용을 거부해 끝내 사망한 고(故) 김동희군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기관에 약 4억원의 배상 판결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405호 법정에서 열린 김 군에 대한 민사재판 1심 판결 내용을 공유했다.
환연에 따르면 이날 재판부는 "편도제거수술을 했고 119구급차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이송 중인 응급환자의 수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상급종합병원과 미신고 대리 당직 상태에서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2차 병원에 대해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한다며 "전체 책임의 70%에 해당하는 약 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사는 선고를 마친 뒤 유족인 동희 어머니에게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환연은 밝혔다.
김 군은 2019년 10월 4일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이틀 만에 퇴원했다. 수액 치료를 위해 같은 달 7일 2차 병원에 입원했지만 9일 새벽 갑자기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었고 심정지가 왔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며 수술한 병원으로 출발했지만 도착 직전 '다른 CPR 환자가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김 군은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 20㎞ 떨어진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졌고 5개월간 투병 끝에 만 4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숨졌다.
환연은 "이 사건은 해당 지역 경찰청의 의료수사전담팀과 의사 면허를 가진 검사의 전문수사가 있었기에 밝혀질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형사고소를 할 수밖에 없는 울분과 입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했다.
형사고소 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상급종합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 중 출혈 부위에 과도하게 소작술을 하고도 일반 환자처럼 퇴원시키면서 관련 진료기록을 작성하지 않고 허위로 기재한 사실 △2차 병원에서의 미신고 대리 당직 의사가 직접 치료하지 않고 119 구급대에 이송만 지시하면서 진료기록도 즉시 전달하지 않은 사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구급차로 이송 중인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데도 수용을 기피한 사실 모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편도 제거 수술을 한 상급종합병원 의사와 수용 거부 의사 등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모두 무죄, 진료기록 허위 기재 관련 의료법 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 응급환자 수용요청에 대한 거부와 관련한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환연은 "형사고소를 통한 수사가 없었다면 절대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특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한 경우 임의적 형감면 규정을 두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피해자(환자)에게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하거나 의료사고 손해배상 책임보험을 통해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지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특례를 규정했다.
이를 두고 환연은 "피해자나 유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을 하면 검사가 공소제기를 못 하도록 하는 형사특례 조항으로 이번 사건과 같이 의료인이 자신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했을 때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해당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