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국내 투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투석혈관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떠올랐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석 환자는 13만명을 넘어섰다. 투석 환자 수가 늘면서 혈관 협착, 재시술 부담 등 구조적인 문제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엔 혈관이 좁아지면 '넓히는데' 치료의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가 치료의 핵심 기준으로 바뀌는 추세다. 단순 시술이 아닌, 환자 상태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혈액투석 환자의 동정맥루(투석혈관)는 높은 혈류가 지속해서 흐르는 특수한 구조다. 이 과정에서 혈관 내벽에는 반복적인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고, 그 반응으로 평활근세포가 증식하는 '내막 증식'이 발생한다.
이 내막 증식은 단순히 혈관이 좁아지는 수준을 넘어, 혈관 구조 자체를 바꾼다. 특히 문합부(동맥과 정맥이 연결된 부위)나 반복 천자가 이루어지는 구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협착이 한 번 발생한 혈관은 이후에도 같은 부위에서 반복해서 좁아지는 '재협착 패턴'을 보이기 쉽다.
민트병원 혈관센터 남우석 원장(혈관외과 전문의)는 "기존 풍선 확장술(PTA)은 좁아진 혈관을 물리적으로 넓히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내막 증식이라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반응까지 억제하지는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협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투석혈관 치료는 단일 방법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풍선 확장술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스텐트 삽입술, 혈전 제거술, 약물 코팅 풍선(DCB) 등을 병행하는 식이다.
약물 코팅 풍선은 풍선 표면에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을 적용해 혈관을 넓히는 동시에 재협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등에 소개된 'IN.PACT AV Access' 연구에서는 일반 풍선 대비 재시술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IN.PACT AV Access' 연구는 투석혈관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코팅 풍선과 일반 풍선 확장술의 효과를 비교한 임상시험으로, 재협착과 재시술 발생을 줄일 수 있는지를 평가한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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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원장은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혈관 상태, 병변 위치, 협착 형태 등에 따라 스텐트 삽입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고, 혈전이 동반된 경우에는 제거술이 우선되는 등 치료 전략은 달라진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석혈관 치료는 특정 시술이 우월하다기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방법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혈관이 완전히 막힌 뒤 치료에 들어가면 시술 난도가 높아지고, 혈관 자체의 수명도 짧아질 수 있어서다. '
남 원장은 "투석 이후 지혈 시간이 길어지거나, 혈류 압력이 불안정해지는 변화는 초기 이상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상에서의 관리도 혈관 수명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그는 "투석혈관이 있는 팔에 과도한 압박을 가하는 행동은 혈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혈압 측정, 채혈,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을 피하고, 수면 중에도 해당 부위를 깔고 자지 않는 습관이 도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