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좋은데 표정이 왜" 나도 모르게 '썩소'가?...봄철 노리는 '불청객'

"날도 좋은데 표정이 왜" 나도 모르게 '썩소'가?...봄철 노리는 '불청객'

정심교 기자
2026.04.15 17:05

[정심교의 내몸읽기]

일교차가 15도를 웃도는 요즘, 갑작스럽게 한쪽 얼굴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환절기 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 컨디션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얼굴마비(안면마비) 증상일 수 있어서다.

특히 얼굴마비의 가장 흔한 형태인 '벨마비(Bell's palsy)'는 뚜렷한 외상 없이 갑자기 한쪽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말초성 얼굴마비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벨마비로 진료받은 환자는 총5만3897명이었는데, 그중 봄(3~5월)에 발병한 환자는 2만4342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45.2%).

벨마비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해부학자이자 외과 의사였던 찰스 벨(Sir Charles Bell)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벨은 19세기 초반에 얼굴신경을 연구하면서 이 증상을 처음 기술했다. 벨마비는 나이·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지만,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벨마비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현재까지 단순포진 바이러스(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의 재활성화가 주요 기전으로 추정된다. 벨마비는 전체 안면마비의 60~75%를 차지한다.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강중원 교수는 "신경절에 잠복한 바이러스가 스트레스, 피로, 수면 부족 등으로 신체 방어력이 떨어질 때 활성화하고, 이로 인한 신경 염증이 얼굴 신경을 압박·손상하면서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벨마비의 위험인자로 지목됐다.

벨마비는 초기에 마비가 심하지 않으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마비 증상이 나타난 지 몇 주 뒤부터 회복하기 시작하며, 대부분 수개월 이내에 거의 정상으로 회복한다. 2020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벨마비 발생 6개월 이내에 환자의 80.6%가 정상 또는 가벼운 마비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얼굴마비가 심하면 회복이 불완전할 수 있다. 후유증으로 얼굴 일부를 움직일 때 의도하지 않은 얼굴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 연합운동(synkinesis)이 남을 수도 있다. 안면마비 후 한쪽 눈을 깜빡일 때 같은 쪽 입꼬리가 움직이거나, 턱을 움직일 때 눈이 감긴다면 연합운동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벨마비 증상들은 수 시간에 걸쳐 빠르게 발생한다. 얼굴마비가 발생한 다음, 며칠에 걸쳐 증상이 점점 심해지다가 3일 정도 지나면 마비가 최고조에 다다른다. 증상이 수일에서 수 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한다면 종양·자가면역질환 등 다른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

벨마비는 말초성 얼글마비의 대표적 질환이다. 중추성 얼굴마비와 달리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없고, 눈을 감을 수 없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벨마비는 말초성 얼글마비의 대표적 질환이다. 중추성 얼굴마비와 달리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없고, 눈을 감을 수 없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벨마비의 치료에 가장 기본이 되는 약제는 부신피질호르몬제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스테로이드라고도 불리며, 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혀 얼굴신경 손상을 줄인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에 사용해야 효과 볼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에서 진단받고 7~10일간 복용해야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얼굴마비 증상이 나타난 뒤 72시간 이내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회복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나윤찬 교수는 "벨마비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나 항바이러스제는 모두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이고 고용량으로 투여되는 만큼 부작용 관리가 중요하다"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자가 판단으로 버티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이비인후과·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벨마비에서 수술적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얼굴신경이 완전히 마비됐거나, 외상 등으로 얼굴신경이 절단돼 회복할 수 없을 땐 신경 이식술, 근육 전이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얼굴신경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얼굴의 비대칭이나 불편함은 개선할 수 있다.

한방에서도 벨마비를 치료하는데, 약물요법 위주다.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이수지 교수는 "벨마비 등 안면마비 환자의 염증을 완화하고 신경 회복을 돕는 약물요법을 중심으로 한의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벨마비를 포함한 안면신경마비는 건강보험 한약(첩약) 대상 질환으로, 환자는 연간 최대 20일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한약치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신경염증 완화와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맞춤 한약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벨마비를 예방하려면 전반적인 신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신체 균형이 흔들리기 쉬운 봄철 환절기에는 체온 유지와 미세먼지 등 외부 자극에 대한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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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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