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을 둘러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노사 갈등이 단순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문제를 넘어 공급망과 기업 및 주주가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요구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지만,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명문화와 생산 중단을 전제로 한 투쟁은 기업 경쟁력과 이해관계자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 역시 구성원과의 소통 및 보상 체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주주행동연구원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주주행동연구원 원장인 강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이승길 한국ILO협회 회장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강원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노사 갈등 양상이 기존 임금 인상 중심에서 영업이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임금을 얼마나 인상할 것인가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회사가 큰 이익을 냈을 때 그 과실을 어떤 기준으로 누구와 나눌 것인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과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등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노사 문제가 이제는 소액주주와 협력업체, 국민연금 가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돌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재열 교수는 회사법 관점에서 최근 성과급 요구 구조가 기존 상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업이익은 이미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이후의 이익"이라며 "배당 이전 단계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에 앞서 이익을 선취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삼성바이오 노조가 제기한 경영권 관련 사전 합의 요구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합병·분할·양도 같은 사안은 상법상 이사회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중대한 의사결정"이라며 "여기에 노조 동의를 추가하는 것은 현행 회사법 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산업 전문가인 강승훈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모든 제조 공정이 시작부터 끝까지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공정이 중단될 경우 규제기관 승인 범위를 벗어난 실패 공정으로 판단돼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구조상 생산 안정성이 글로벌 고객 신뢰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맡기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이 멈추지 않고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공급 차질이 반복되면 고객사 브랜드 신뢰 저하는 물론 삼성바이오의 장기 수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헌재 교수는 노조의 문제 제기 배경 역시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 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장 근로자들의 숙련과 경험이 핵심 역할을 한다"며 "파업 이후 생산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 송 교수는 "성과급은 미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는 보상 체계인데 이를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로 고정하면 기업 경영과 보상 체계 운용 모두 경직될 수 있다"며 "성과와 책임을 함께 공유하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길 회장은 현행 노동법 체계만으로는 최근 첨단 산업 중심의 노사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은 국가 경제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현행 노동법 체계는 이런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산업·노동 정책과 함께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측 책임론도 함께 제기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 역시 구성원들의 기대와 보상 기준을 보다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관리했어야 했다"며 "노사 갈등은 결국 사후 대응보다 평소 신뢰 관리와 소통 구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