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그룹이 1조원을 들여 두나무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단순히 디지털자산 주도권 강화를 넘어 미래 금융 생태계 선점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국내 최초로 은행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간 '혈맹'을 탄생시키며 판 흔들기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15일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 이사회 의결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디지털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나은행은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1%) 김형년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두나무 4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하나금융 측은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 인프라와 디지털 혁신기술을 결합한 글로벌 선도 디지털 금융동맹이 탄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함 회장은 "이번 지분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자주 강조해왔다. 올해 신년사에선 "지난날의 성과와 막대한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생존은 없다"며 "판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비은행 부문은 그룹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스테이블코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은 오랜 기간 두나무와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신뢰를 쌓았다. 업비트는 2024년 11월 실명 인증 수단으로 '하나인증서'를 금융권 인증서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하나인증서는 하나은행 계좌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제휴를 넘어선 의미로 해석됐다.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기와체인(GIWA Chain)'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 검증(PoC)을 추진했고, 올해 2월에는 기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체계를 대체하는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지난달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실제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번 지분 투자로 양사가 논의해온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 금융의 안정적인 자금 관리 체계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이 결합해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될 원화 기반 결제 생태계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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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가 추진 중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기업 결합까지 마무리되면 파급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기업의 결합을 심사 중이다. 아직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향후 업비트와 하나금융, 네이버가 사실상 '초거대 금융 컨소시엄' 1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두나무와 하나금융은 이날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 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양사는 두나무의 '기와체인'을 향후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양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가 하나금융의 '아픈 손가락'인 비은행 경쟁력에도 날개를 달아줄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2100억원으로 이 중 하나은행의 비중이 80%를 웃돈다. KB금융(1조8924억원), 신한금융(1조6226억원)은 비은행 계열사가 고르게 선전하는 반면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리딩그룹과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았다.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장착해 기존 금융권의 서열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선점은 물론 두나무와 네이버를 활용해 비은행, 플랫폼에서의 약점을 만회하는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