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 발랐더니 핑, 쓰러질 뻔"...문신업소 '마취크림' 충격 실태

정심교 기자
2026.05.22 14:32

대한문신사중앙회, 21일 기자간담회서 불법 실태 고발
법 통과 후에도 불법 레이저기기 판매→ 미용재료로 둔갑

21일 대한문신사중앙회가 서울 서울역 인근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수 부회장(타투이스트)이 '멈추지 않는 불법의 질주'란 제목으로 출입기자단에 불법 마취크림·의료기기 유통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두피에 마취크림 바르고나서 '핑'하더니 몸이 크게 휘청거리고 앞이 캄캄했습니다. 쓰러지기 직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습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지난해 10월28일 제정됐지만, 그 이후에도 불법 마취크림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대한문신사중앙회가 서울 서울역 인근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수 부회장(타투이스트)은 "지난해 10월 문신사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불법 마취크림 유통책에 연락해 제품을 주문했는데 실제 배송됐다"며 "뒷머리쪽에 해당 마취크림을 바르고 몇 분 뒤 '핑' 하고 어지럽다가 쓰러질 뻔 했다"고 폭로했다.

문신업계에 따르면 전국 문신업소에서 사용하는 마취크림 10개 중 9개가 불법 유통된 마취크림으로 추정된다. 문신 재료상들의 제보에 따르면 마취크림 불법 밀수·제조업자들이 중국에서 정체 불분명한 마취크림을 배를 통해 말통(초대형 통)에 담아 몰래 들여온 후, 창고 같은 밀실에서 튜브에 조금씩 나눠담는다는 것. 이를 원가(30g당 1000원)의 10배 정도 뻥튀기해 전국 재료상들(300~500명 추산)에게 9000원~1만원에 납품하며, 재료상들은 각 문신업소에 2만~3만원으로 부풀려 판다는 제보도 잇따른다.

이준수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신사법이 공포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5만5000원에 불법 마취크림을 주문해 배송받았다고 공개했다. 거래명세서엔 일반 미용재료인 '펌왁스'로 품명이 위장 기재돼있다. /자료=이준수 부회장 제공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불법 레이저기기를 70만원에 구매한 후 배송받아 찍은 증거 사진. 비의료인의 문신 제고 행위는 불법이다. 그는 "심지어 이 회사 대표가 지난 5월 12일, 보건복지부와 문신사 단체장 영상회의에 참석했다"고 규탄했다. /자료=이준수 부회장 제공

이 같은 실태를 알리기 위해 이 부회장은 '문신용 불법 마취크림 본거지'로 불리는 대구·부산 등지에서 불법 마취크림을 꾸준히 사들이며 거래명세서·영수증 등을 확보했다. 그는 "문신사법 제정 전인 지난해 4월과 9월, 대구에서 '울트라 타투크림'이라는 불법 마취크림을 대구에서 주문해 배송까지 받았다"며 "지난해 본회의 통과(9월25일) 나흘 후인 9월29일에도 같은 제품을 대구에서 주문 배송하고, 대통령 공포(10월28일) 직후인 11월엔 부산에서 '태그(#)45'라는 불법 마취크림을 구했다"고 밝혔다. '울트라 타투크림'과 '태그45'는 현재도 전국 문신 시술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불법 마취크림이다. 모두 현금 거래만 가능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불법 마취크림이 통용되는 건 약국에서 판매하는 마취크림(일반의약품)보다 마취력이 더 강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배경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출처 불분명한 마취크림에 든 마취 성분 '리도카인' 함량이 일반의약품보다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고농도라는 점이다. 리도카인이 몸에 너무 많이 흡수되면 심장·뇌와 연결되는 신경전달물질까지 차단해 부정맥·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문제는 국소 부위에 문신을 새기더라도 눈·입술 부위일 경우 일반 피부보다 점막을 통해 리도카인이 더 많이 흡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문신사법 하위법령을 논의하는 지금 시점에도 현장은 불법에 얼룩지고 있다"며 "정부는 왜 그들을 단속하지 않는지, 누가 방조하는지 묻고 싶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날 김소윤 대한문신사중앙회 수석부회장은 "멸균기를 갖고 있으면 문신업소로 임시등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문신사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문신사법 하위법령이 제정되지 않았는데도 일부 업체에선 '업소 내 멸균기가 있으면 문신업소로 임시등록할 수 있다'는 허위 정보와 함께 '멸균기 팔이'에 나섰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김소윤 수석부회장은 "일부 홍보물에선 '임시등록 면허증 발급 예상 기준' 또는 '임시등록 면허 조건'으로 '멸균기 보유'를 제시하며 문신사들에게 장비 구매를 유도한다"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기준을 마치 확정된 법적 의무처럼 홍보해 특정 장비 구매로 연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현장 문신사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주며, 향후 실제 하위법령 기준과 다르면 또 다른 혼란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신사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국가시험 체계, 위생교육 시스템, 시설 기준 등을 현실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밖에도 "미용학위를 취득해야 문신사 제도권 진입에 유리하다", "문신이 미용영역으로 편입될 것이다", "국가시험 없이 문신사 면허 취득하는 방법" 등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문신 관련 원하는 모든 단체에 '줌 회의'에 초대한 것과 관련, 특정 단체가 정부와 공식 협업하거나 정부로부터 공신력을 인정받은 단체인 것처럼 홍보하는 곳도 생겨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임보란 회장은 "문신사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국가시험 체계, 위생교육 시스템, 시설 기준 등을 현실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논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회장은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준을 만들면 또 다른 혼란과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제도 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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