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과'로 불리는 필수의료과의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의료소송 부담을 완화하고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등 유인책을 펴고 있다. 현장에선 이 같은 정책 방향성을 두고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장기적 유인 구조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단 지적이 이어진다.
27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5월 시행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시행령·시행규칙 등 세부안 마련을 위해 오는 6월 초 관련 협의체를 구성, 킥오프(출범) 회의를 연다. 협의체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와 환자·시민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안 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한 만큼 협의체를 통해 세부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며 "(논란 여지가 있는) 중과실 범위 등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필수과 방어 진료와 인력 이탈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목된 의료소송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해당 법안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중과실이 아닌 분만·응급 등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의료사고는 손해배상을 완료하면 기소 제한과 형 감면 및 면제가 가능해진다. 오는 6월부턴 배상책임 경감 대상 범위를 응급·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넓히고, 불가항력적 분만사고 국가보상 수준도 산모 중증 장애까지 확대된다.
안정적인 의료인력 확보는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인력 불균형 구조를 해소하겠단 취지로 필수과 전공의(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개 과목)·전임의(소청과·산부인과) 대상의 '수련 수당 지급'(월 100만원) 사업과 8개 필수과 전문의에 월 400만원과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 등도 시행 중이다. 수련 수당 지급 사업의 경우 관련 예산 규모는 2024년 44억원에서 지난해 415억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다만 정책의 장기적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주거 지원과 법적 보호망 등 구체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인력 지원사업의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련 수당 지급과 지역필수의사제 참여자들은 정부 차원의 금전적 인센티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 등이 필요하단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한 전문의는 "진료는 기본적으로 혼자 할 수 없고 다른 과들과 연계돼야 하는데 (지역 병원은) 백업해주는 과들이 부족하다"며 "부족한 백업 시스템이나 다른 과의 지원이 어려운 상황을 개선해야 여러 분야에서 인재가 육성될 수 있다"고 짚었다. 수련 수당 지급에 대해 한 전공의는 "진료과목별 업무 강도가 다른 만큼 (일괄적 금액 제공보단) 차등을 두는 게 맞다고 본다"며 "수련 수당 지원이 수련 외적인 부분(생활비 등)에선 도움이 되긴 하지만 수련환경 자체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으로 갈수록 시설이나 의료소송 대응 체계 등의 인프라가 미비하다"며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지방병원 수련 환경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선책과 법적 위험에 대한 안전망이 확보돼야 장기적인 인력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