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계 넘어 의료데이터 플랫폼으로…韓 원천기술로 세계 1등 도전"

정기종 기자
2026.08.13 15:30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인터뷰…반지형 '카트 비피 프로', 세계 최초 24시간 혈압검사 공보험 수가 인정
깐깐한 유럽 만족시킨 세계 유일 임상근거 앞세워 美 진출 도전…14일부터 기관 수요예측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사진=스카이랩스

"단순한 혈압계 회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를 통해 의료 데이터를 생산하는 플랫폼 기업이 목표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회사의 정체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사업의 중심에는 반지형 커프리스(비가압대)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가 있지만, 의료기기로 양질의 생체정보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인공지능(AI)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연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AI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수단은 많아졌지만 의료에 필요한 데이터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며 "의료 데이터를 직접 만들려면 의료기기가 필요하다. 의료기기는 스카이랩스가 지향하는 데이터 플랫폼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랩스가 첫 번째 데이터로 선택한 것은 혈압이다. 혈압은 심장, 뇌, 신장질환 등과 밀접하게 연관됐지만 병원에서 한두 차례 측정한 수치만으로는 하루 동안 계속 변하는 상태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가정혈압도 수면 중 혈압까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심뇌혈관질환을 예측하고 진단하려면 24시간 혈압, 특히 야간혈압이 중요하다"며 "국내 고혈압 환자가 1200만명을 넘지만 카트 비피 프로 출시 전 24시간 활동혈압검사는 연간 약 15만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존 기기는 팔에 커프(가압대)를 두르고 일정 간격으로 압박해 환자의 일상생활과 수면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카트 비피 프로는 손가락에 반지처럼 착용해 주간과 야간 혈압을 측정한다. 광용적맥파(PPG) 신호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커프 없이 혈압을 산출한다. 이 대표는 제품의 최대 진입장벽으로 기술 자체보다 이를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임상 근거를 꼽았다. 해외에도 허가받은 커프리스 혈압계가 있지만 허가만으로 의료진의 사용과 처방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의료진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한 허가 여부가 아니라 정확도를 입증한 임상 근거"라며 "기존 24시간 활동혈압계와 비교해 낮과 밤 모두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 스카이랩스의 가장 큰 해자"라고 강조했다.

회사에 따르면 카트 비피 프로는 커프리스 혈압계로는 세계 최초로 24시간 활동혈압검사 공보험 수가를 인정받았다. 유럽고혈압학회가 요구하는 안정기·주야간·측정 위치·운동·복약·재보정 관련 임상 검증 조건을 모두 충족한 제품도 현재까지 카트 비피 프로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학회는 낮과 밤의 혈압 차이를 제대로 따라가는지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며 "스카이랩스는 변화의 흐름뿐 아니라 낮과 밤 각각의 측정값도 정확하다는 사실까지 입증했다"고 말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올해 5월 세계 최초로 고혈압 진료지침에 검증된 커프리스 혈압계의 임상 활용을 권고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어느 나라의 의료계도 커프리스 혈압계를 진료에 사용하라고 권고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세계적인 흐름을 이끌고 있으며 해외 학회도 임상 근거를 확보한 제품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트 비피 프로는 올해 6월 기준 누적 처방 29만건을 넘어섰다. 전국 2000곳 이상의 병·의원과 국내 빅5 병원 모두에 도입됐다. 상급종합병원은 47곳 가운데 38곳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미국이다. 스카이랩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사전협의(Q-Submission)를 거쳐 임상 프로토콜 준비를 마쳤다. 올해 하반기 현지 임상을 시작해 2027년 말 카트 비피 프로의 FDA 허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허가된 적이 없는 드노보(De Novo) 영역의 AI 의료기기인 만큼 현지 임상이 필요하다"며 "현재도 미국 기업들로부터 병원용과 개인용, 기업간거래(B2B) 활용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허가를 받으면 새로운 거래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랩스는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는 1만3000~1만6000원으로 공모 예정금액은 260억~320억원이다. 공모자금은 미국 임상과 차세대 기술·제품 연구개발에 활용한다.

이 대표는 상장을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과정으로 봤다. 그는 "자금만 필요하다면 국내외 사모시장에서 투자받을 수도 있다"며 "상장기업이라는 지위는 해외 의료기관과 유통기업에 거래할 수 있는 검증된 회사라는 신뢰를 주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랩스는 카트 비피 프로를 시작으로 입원환자용 연속혈압 모니터링 제품과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의료기기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장기 관찰 연구에는 임상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신약 임상 활용도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커프리스 연속혈압계를 개발했다"며 "한국 의료계와 의료산업이 세계의 가장 앞에 서는 데 기여하고, 한국의 오리지널 기술로 세계 1등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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