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강제 투여 '납 배출 주사' 뭐길래..."시력 잃을 수도" 의사 경고

정심교 기자
2026.10.12 17:00

[정심교의 내몸읽기]

국내 대형 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중금속 배출 목적으로 킬레이션 주사를 강제로 맞혀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주사를 맞은 직원들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1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울산의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비타민' 주사라며, 부작용 위험이 있는 중금속 배출용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힌 사실이 확인됐다. 회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맞으면 개운해지는 비타민 주사'로 여겼다는 전언이다.

이 주사의 정체는 혈액 속 중금속을 소변으로 강제 배출시키는 '킬레이션' 주사로 드러났다. 과연 킬레이션 주사는 무엇이고, 어떤 위험성이 있을까.

12일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유정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킬레이션(Chelation)은 게·가재의 집게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킬레(Chele)'에서 유래했다"며 "게·가재가 집게발로 잡듯이 중금속 같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집어내어 몸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이 킬레이션 치료 원리"라고 설명했다.

킬레이션 치료는 중독된 중금속의 종류에 따라 주사(수액) 요법 또는 경구 투여 방식으로 진행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약은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진단·처방이 있어야 한다.

납 중독 땐 '석시머'라는 성분의 먹는 약을 먹는 방식이며, 비소 중독 땐 '디메르카프롤'이라는 주사제를 투여하거나 '석시머'를 경구 복용한다. 철·알루미늄 중독 땐 '데페록사민메실레이트'라는 성분의 주사제를 주로 투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킬레이션 치료 대상이 매우 엄격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납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해도 그 사람의 나이, 혈중 납 농도가 얼마나 높은지, 납 중독 증상이 있는지, 몇 살인지, (여성이라면) 임신했는지, 콩팥 기능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킬레이션 치료 여부, 투여 농도를 판단한다"며 "이 치료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하는데, 우리 병원의 경우 5년에 1명꼴로 볼 정도로 희귀하다"고 말했다.

중금속 중독 증상으로는 복통·변비·두통·피로감 같은 경증에서부터 의식이 처지는 신경학적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증상이 없다면 중금속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킬레이션 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킬레이션 치료 대상이 까다로운 데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해당 보도에서 킬레이션 주사를 강제로 맞았다는 한 직원은 "혈압이 180㎜Hg까지 치솟았고, 눈(시야)이 갑자기 2개로 보였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 자동차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중금속을 강제 배출하는 주사를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엄중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6.10.12.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실제 철 중독 환자에게 사용하는 데페록사민메실레이트으로 킬레이션 치료를 진행할 경우 '단 회(1회) 투여만으로도 시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홍조 △두드러기 △저혈압 △쇼크 △시·청각 장애 위험도 커진다. 철분에 중독된 환자이거나, 지중해빈혈 환자여도 이 약을 고용량 정맥 투여했을 때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이 나타난 사례도 보고된다.

이 밖에도 킬레이션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콩팥 손상'이다. 미국에선 콩팥 손상 같은 부작용 위험 때문에 킬레이션의 예방적 투약을 법으로 금지했다. 치료 대상 환자에게만 적정량 투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도 중금속 중독 증상 없다면 킬레이션 치료를 무조건 시작할 게 아니라 중금속 노출부터 줄이고 경과를 관찰할 것을 권고한다"며 "중금속 중독으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킬레이션 치료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당 보도는 기업이 정부의 관리·감독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납 수치를 낮추려 시도한 것으로 봤다. 한 직원은 "납 수치가 너무 높으니까 집에서 2주간 쉬어라 무급으로. 나오지 마라. 쉬면 (수치가) 내려간다. 쉬는 동안 킬레이션 주사를 맞고 와라"는 사측 지시를 받았다고도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해당 직원들이 건강검진 직전에 킬레이션 치료를 강제로 받았다면 중금속 수치가 낮아졌을 것"이라며 "만약 직원들의 중금속 수치가 높았다 하더라도 검진 직전 킬레이션 치료로 혈중 중금속 수치를 급하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뜨려 (사측이)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아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금속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혈중 중금속 수치를 낮추는 건 치료 목적이지만, 검진 때 중금속 수치 이상을 피하기 위해 받는 사람이 단순히 '비타민 주사'로 알고 받았다면 윤리적 문제를 비껴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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