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에선 무려 18개월 동안 검출된 이 바이러스...에볼라, 케냐서 급증

정심교 기자
2026.10.19 11:40

지난 5일 케냐서 첫 해외 유입 확진자 발생…8명 확진, 1명 사망

[난유키=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케냐 난유키에서 미국의 라이키피아 공군기지 내 에볼라 격리소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전단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5월28일 미국 관리들은 해외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미국인들을 자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이 기지에 마련될 격리 시설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케냐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2026.06.02. /사진=민경찬

치명률이 최대 90%에 달하는 에볼라바이러스병 확진자가 이달 들어 케냐에서 빠르게 늘자, 질병관리청은 오는 20일부터 케냐를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검역 조치를 강화한다고 19일 밝혔다.

중점검역관리지역은 검역관리지역 중 유행하거나 유행할 우려가 있는 검역감염병이 치명적이고 감염력이 높아 집중적인 검역이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케냐에선 지난 5일 에볼라바이러스병 첫 해외 유입 환자가 발생했고, 격리 중이던 가족과 의료진 등이 추가 확진되면서 총 확진자가 8명(사망 1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케냐 보건부에 따르면 첫 번째 환자는 7년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거주하던 케냐 국적자로 한 달 전 증상 발생 후 다수 의료기관 치료를 받던 중 우간다를 육로 경유해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입국 후 지난 5일 확진됐다. 이후 추가로 확인된 환자 7명은 모두 첫 번째 환자의 밀접접촉자(가족 3명·의료진 3명·돌봄인력 1명)로, 사전에 격리된 상태였다.

에볼라 관련, 위험도 기반 검역 대응 지도. 이달 20일부터 케냐가 '에볼라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추가된다. /자료=질병관리청

케냐 보건부는 확인된 전체 접촉자 130명 중 128명(98.5%)을 격리 완료(2명 추적중)했다. 아울러 추가 확진자 전원이 첫 해외 유입 사례와 역학적으로 연관돼 있고 현재까지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시사하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에볼라바이러스병은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에 감염되면서 나타나는 급성 발열성·출혈성 질환으로, 국내에선 '법정감염병 제1급 감염병'으로 분류돼있다. 이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다. 예컨대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일박쥐·원숭이·고릴라·침팬지·영양 등 동물과 접촉했거나 이런 동물을 취급·섭취한 경우 사람 몸속에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다.

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성관계 등으로 혈액·체액에 접촉(노출)했거나, 감염된 환자·사망자의 상처 난 피부·점막에 노출된 경우, 감염자의 모유 수유, 에볼라 감염에서 회복한 환자와 성관계한 사람 등이 감염될 수 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체액의 종류에 따라 머무르는 기간이 다른데, 남성의 정액에선 무려 18개월(565일) 동안 검출됐으며 모유(16개월), 뇌척수액(9개월), 안구액(101일), 양수(38일), 소변(64일), 땀(44일), 여성의 질액(33일), 대변(29일), 눈물(28일), 침(22일) 순으로 머무른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잠복기가 2~21일이라는 점.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전파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잠복기를 거치면 발열, 식욕부진, 무력감, 허약감이 나타난다. 이후 전신에 기운이 없어지고, 혈압·의식이 떨어지며 고열, 피로감, 무력감, 근육통, 심한 두통, 기침을 동반한 가슴 통증이 나타나며, 오심,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위장관 증상이 뒤따른다.

에볼라바이러스의 전파 경로. /자료=서울아산병원

세계보건기구(WHO)는 케냐의 첫 확진 환자 발생에 따라 지난 8일 케냐에 대한 신속 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영향을 받은 국가에 대한 여행 또는 교역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질병청은 케냐 발생사례를 반영한 위험평가 결과 국내 종합위험도를 이전과 같이 '낮음'으로 유지했다. 에볼라바이러스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있으나, 환자의 혈액·체액과의 직접 접촉으로 전파돼 의료진과 가족 등 밀접접촉자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전파되는 특성상 일반 국민이 노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다만 국제선 항공편을 통한 이동과 의료기관 방문에 따른 케냐 내 추가 전파 및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 케냐를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대규모 유행이 지속 중인 콩고민주공화국과는 발생 규모 및 전파 양상에 차이가 있어 위험도에 비례한 단계별 검역 조치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20일부터 최근 21일 이내 케냐를 체류·경유해 들어오는 입국자는 큐-코드(Q-CODE 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건강상태를 신고해야 한다.

또 질병청은 우리 국민이 케냐로 출국하거나 현지 체류할 때 에볼라바이러스병 감염 주의를 당부하고, 입국 후 발열, 복통 등 의심증상 발생 즉시 1339 또는 보건소로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지역사회에서 잠복기 내 의료기관 진료 시 의료진이 해외 여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감시망도 가동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에볼라 검역의 핵심은 공항만 검역심사대뿐만 아니라 21일의 잠복기 동안 지역사회 감시를 빈틈없이 유지하는 데 있는 만큼 출국 단계 안내부터 입국 시 전수 신고, 동네 병·의원 연계까지 검역망을 가동한다"며 "향후 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유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발생 양상 및 위험평가를 기반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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