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가 국제 유가 급락세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전기 자동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는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일반론을 거스르는 관측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17일(현지시간)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가격이 최근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기존 에너지원이 태양열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되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기술 발달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컸던 신재생 에너지 생산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격인 아부다비 최대 은행인 아부다비은행의 알렉스 더스비 CEO(최고경영자)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상상 이상으로 진보했다"며 "태양광, 해안 풍력 발전이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용이 몇 년 새 극적으로 줄었다"며 "세계 곳곳에서 탄소 에너지원과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재생 에너지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와 다국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세계 신규 전기발전 용량의 50% 이상이 신재생 에너지에서 비롯됐다. 보고서는 연간 2600억달러(약 293조5660억원)가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또 태양광 발전 비용이 2008년 이후 80% 이상 줄었고 풍력터빈은 1990년대에 비해 15배나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가격이 떨어져도 신재생 에너지가 계속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도이체방크는 국제 유가가 하락해도 전기 값이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전기료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설비비용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미국의 경우 평균 전기료의 40% 이상이 전력업체가 전기를 끌어다주는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전기의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86% 하락했지만 전기료는 20% 올랐다고 도이체방크는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또 중국의 경우 전기 생산의 70%가량을 석탄연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환경오염 문제로 태양광 발전 용량 목표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지난해 석탄연료 사용량을 3% 줄였는데 당국은 그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도이체방크는 귀띔했다.
이밖에 도이체방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용과 기존 화석연료 발전비용이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이미 달성했거나 달성하려고 하는 60개국 가운데 절반가량은 아직 화석연료 가격 하락을 이유로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 목표치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발전 비용이 앞으로 4-5년간 4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도이체방크는 전기저장, 즉 배터리 기술의 발전도 태양광 에너지 사용을 북돋울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