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중국 증시 급락과 경기지표 악화, 유가 폭락이 맞물리면서 2% 넘게 급락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다시 1900선 아래로 밀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도 1만6000선이 붕괴됐다. 나스닥종합지수도 4500선을 힘없이 내줬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41.55포인트(2.16%) 하락한 1880.29를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390.97포인트(2.39%) 내린 1만5988.08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26.59포인트(2.74%) 떨어진 4488.4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전날 중국 증시가 3% 넘게 하락하며 약세장(고점대비 20% 하락)에 진입한데다 국제유가 마저 급락했기 때문이다. 뉴욕주 제조업 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매 지표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오는 18일이 마틴 루터 킹 데이로 휴장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투자심리도 악재로 작용했다.
T로우 프라이스의 앤디 브룩스 미국 주식 거래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이 우선 주식을 던지고 이후에 질문을 했다”며 중국에 대한 우려와 유가 급락이 변동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한 때 30포인트를 돌파하며 지난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다우 지수는 한 때 5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이처럼 증시가 요동을 치자 백악관에서도 이례적으로 "재무부가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증시가 어제는 다소 오른 채 마감했지만 오늘은 다시 하락하고 있다"며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재무부에서 자세히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무부가 세계 금융시장을 관찰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함께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제유가, 30달러 붕괴 '12년여 최저치' 곤두박질
국제 유가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우려와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에 따른 공급과잉 전망이 맞물리면서 3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8달러(5.7%) 급락한 29.4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11월 이후 1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번 주에만 무려 11.3% 급락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94달러(6.3%) 폭락한 28.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4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주간 기준으로는 14% 하락한 것이다.
전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3.55% 급락했고 선전 종합지수도 3.4%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 경기지표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유가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오는 17일은 핵 합의안에 대한 이행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합의사항 이행을 확인하면 경제제재는 곧바로 해제될 전망이다.
이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IAEA가 이란의 핵 합의 이행을 확인하기 전까지 경제제재 해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곧바로 원유 수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진 맥길리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에너지 수요 부진 우려를 낳았다"며 "신흥시장이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원유정보 제공업체인 베이커 휴즈는 지난 주 미국의 원유시추기 가동 건수가 1건 줄어든 51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천연가스를 포함한 전체 시추기 가동 건수 역시 14건 줄어든 650건을 기록했다.
◇ 소매·제조업·물가지표 모두 부진, 美 안전지대 아니다 우려 확산
부진한 경기지표는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둔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확산시켰다.
먼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매 판매가 예상을 빗나간 것이 도화선이 됐다.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1% 감소했다. 이는 전월과 같은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간 것이며 전년대비로도 2.1% 증가하는데 그쳤다.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따뜻한 날씨로 겨울의류 판매가 줄었고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주유소 판매가 줄어든 여파가 직격탄이 됐다.
미국 뉴욕지역의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는 -19.37을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최악이었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6.18에서 -23.54로 낮아졌다. 출하지수는 4.6에서 -14.39로 하락했다. 6개월 뒤에 대한 업황전망 지수는 35.65에서 9.51로 떨어졌다.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계절조정치를 적용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보다 0.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와 관련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연설에서 유가하락과 달러강세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 물가가 2% 목표치에 도달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산업생산도 0.4% 감소했다.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11월 기록도 당초 0.6% 감소에서 0.9% 감소로 더 나빠졌다.
특히 11월 기업재고 역시 전월 대비 0.2% 감소하며 지난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10월 기록은 당초 0%에서 0.1%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기업재고는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여서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 ‘엔/달러 5개월 최저’ 금값 1.6% 급등
외환시장과 상품시장도 요동쳤다.
먼저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2% 하락한 98.6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78% 오른 1.0949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1.17% 급등한 116.66엔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 환율의 경우 지난해 12월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엔화 환율은 지난해 8월24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들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호주 달러의 경우 0.6865달러로 2009년 4월 이후 6년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뉴질랜드 달러도 3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캐나다 달러 가치도 1.2% 급락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2% 급락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7.10달러(1.6%) 급등한 1090.7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0.7% 하락했다.
인베스팅 헤븐의 타키 타크라노스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주식과 원유, 구리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면서 상승했다"며 "주가와 유가가 공황 수준으로 떨어지고 과매도 상태가 지속되면서 단기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제 금값이 다음 주에는 1110~1130달러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구리 가격은 1.6% 하락하며 주간 기준으로 3.9% 떨어졌다. 백금과 팔라듐 역시 각각 0.9%씩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각각 5.8%와 1.3% 떨어졌다. 반면 은 가격은 1.1% 상승했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0.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