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잠금해제' 애플 vs FBI… 애플 1승

최광 기자
2016.03.01 16:12

개인보안과 국가안보 갈등 확산… 해외서 판매 줄까 고심도 담겨

/사진=블룸버그

아이폰 잠금해제를 둘러싸고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연방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범죄 수사의 이유 때문에라도 애플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해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FBI가 지난해 12월 브루클린에서 발생한 마약범죄와 관련해 애플에 마약상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요청하자 애플이 불복한 데 따른 것이다.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수사 당국의 요청이 과도한 수준이며 미국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의회가 관련 법안을 검토했으나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현재로써는 범죄 수사를 위해서라도 애플에 잠금장치를 해제하라고 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애플과 FBI는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 수사를 두고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FBI는 테러범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관이 있는지를 알고자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해 달라고 애플에 요청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18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암호해제가 아니라 다른 아이폰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만능키를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잘못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속내는 마케팅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사진=블룸버그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국가에서 미국 IT기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이폰 판매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사이버 감시체제인 '프리즘'(PRISM)을 도입했다. 프리즘은 구글, 페이스북, 야후, 스카이프, 애플, MS 등 미국의 주요 IT 서비스 기업 서버에 접근해 사용자의 이메일과 영상, 사진, 음성 데이터, 파일 전송 내역, 통화 기록, 접속 정보 등 온라인 활동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에선 프리즘이 각국 정상들의 통화내용까지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미국 IT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당국은 미국 IT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전방위 규제에 들어갔다. 규제는 개인정보·반독점·탈세 등 유럽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이 FBI를 위해 잠금해제에 협조할 경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아이폰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실제 애플 이용자들과 투자자들은 애플의 입장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애플 주주총회장에서는 팀 쿡 CEO가 "FBI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옳은 결정이다"라고 발언하자 주주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애플 전문매체인 나인투파이브맥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애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80% 이상이 애플의 입장을 지지했다.

반면 최근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FBI의 요청에 대해 애플이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51%)로 계속 거부를 해야 한다는 의견(38%)을 앞섰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개인적인 스타일도 애플의 적극적인 반기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경우 그 자체로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애플의 상징인 인물. 반면 유능한 관리자라는 인상이 강했던 팀 쿡 대표는 관리자의 꼬리표를 떼고 '잡스가 없는 애플'을 여전히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기업으로 남게하기 위해 잠금해제를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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