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이란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에 불러들여 현재 정세를 논의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다시 중재 외교에 나선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동 외교 영향력을 극대화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양국 외교 수장은 지난 2월 말 이란 사태 발생 후 여러 차례 전화 협의를 진행했지만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눈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라그치 장관과 왕 부장은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아라그치 장관의 이번 방중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하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아라그치 장관의 이번 방중은 그가 중국의 초청 제안을 받아들여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단 점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앞두고 이뤄졌다. 중국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당초 미국 측 발표대로 오는 14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최소 4대의 미군 수송기가 베이징에 도착한데 이어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측과 경제·무역 협력 이슈를 논의했다. 트럼프 방중 준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으로선 이번 중재외교가 트럼프 방중을 앞두고 양국 정상 회담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기회인 셈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향해 중재에 나서란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도록 할지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경우, 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중동 현안은 물론 경제·무역 현안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달 미국과 중국의 휴전 성사 과정에도 일정 부분 관여했다. 당시 중국은 관련국에 중동 특사를 파견한 데 이어 중재국 파키스탄과 공동으로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한 '5대 제안'을 내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AFP를 통해 "중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데 도움을 줬단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중국이 이란 문제를 미중 협상 샅바싸움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 중재 역할을 요구하는 것 관련 중국 중앙TV(CCTV)는 "중재 부담을 중국에 떠넘기면서 중국을 편향된 당사자로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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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중국 정유업체들의 이란산 원유 구매를 문제삼아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은 미국식 일방 제재를 수용하지 않겠단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중국이 이란과의 중재 외교에 나서더라도 그에 따른 실리는 확실히 챙기겠단 의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