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헬스케어와 기술주 부진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지표 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국제 유가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면서 버팀목이 됐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0.51포인트(0.51%) 하락한 2065.3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7.12포인트(0.32%) 떨어진 1만7773.64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9.93포인트(0.62%) 내린 4775.36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S&P500과 다우지수는 4월에 각각 0.3%와 0.5%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2% 하락했다.
이날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출발하며 장중 한때 1%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장 마감 30분을 남겨놓고 하락 폭을 크게 줄였다.
헬스케어 업종 지수가 1.41% 떨어지며 하락세를 주도했고 테크놀로지 업종 지수도 0.74% 내렸다. 반면 원자재와 유틸리티 업종 지수는 각각 0.62%와 0.53% 상승했다.
일명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는 한 때 10% 넘게 급등하며 17.09를 나타냈다. 이는 3월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증시가 낙폭을 축소하면서 VIX도 상승세가 꺾였다.
◇ 소비지출 부진에 3월 美 물가 둔화
지난달 미국의 소비지출이 예상보다 덜 증가했고 근원물가 상승세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중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비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0.2% 증가를 예상했었다. 전달 수치는 0.1% 증가에서 0.2%로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 저축률은 5.4%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3월중 개인소득은 0.4% 늘며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전월(0.2%에서 0.1%로 하향 수정)보다도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월 0.1% 감소했던 임금소득이 전월보다 0.4%나 증가했다.
지난달 미국의 근원(식품 및 에너지 제외) PCE 물가는 전월비 0.1% 올라 전월(0.1%에서 0.2%로 상향 조정)에서 상승폭이 줄었다. 예상치에는 부합했다. 전년동월비로는 1.6% 올라 전월보다 0.1%포인트 확대됐다.
3월중 전월 0.1% 하락한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1%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년동월비는 1%에서 0.8%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 소비심리·제조업 지표 모두 기대 이하
지난달 미국의 소비심리가 당초 파악했던 것보다 더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 연속 둔화된 것이다.
미시간대학과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미국의 3월 소비심리지수는 89.0으로 잠정치(89.7)보다 0.7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전월 최종치(91.0)보다는 2.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90을 기록할 걸로 예상했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지수는 106.7로 잠정치보다 1.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전월 기록은 105.6이었다. 6개월 뒤에 대한 기대지수는 77.6으로 2.0포인트 낮춰졌다. 전월에는 81.5를 기록했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로 0.1%포인트 높아졌다. 전월에는 2.7%를 기록했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2.5%로 변동이 없었다. 전월 수치는 2.7%였다.
설문을 진행한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지수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4월말 소비심리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시카고 PMI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에너지기업들의 투자 감소 및 달러 강세의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시카고지부가 집계한 이 지역 4월 제조업지수는 전월(53.6)보다 3.2포인트 하락한 50.4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53도 대폭 하회했다. 다만 2개월 연속 확장국면을 유지했다.
5개 하위 지수 중 3개가 일제히 하락했다. 신규주문 지수가 지난해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지수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재고지수는 49.6으로 5.6포인트 상승했다.
◇ 엔화 강세 지속, 달러 11개월 최저
외환시장은 어제와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일본은행(BOJ)이 예상과 달리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엔화가 급등한 반면 달러는 경기지표 부진 영향으로 약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75% 하락한 93.0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85% 상승한 1.14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1.67% 하락한 106.30엔을 나타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3% 급락하면서 이번 주에만 약 4.5%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간 최대 낙폭이다.
전날 BOJ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는 한편 본원통화를 연간 80조엔 늘리기로 한 기존의 통화정책도 지속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소폭 하락, 금·은 '15개월 최고'
국제 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 증가 전망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달러 약세와 미국의 산유량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에 낙폭이 크지 않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11달러(0.2%) 하락한 45.9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WTI 가격은 4월에만 19.8% 급등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전날 수준인 48.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OPEC 회원국의 4월 하루 평균 산유량은 3264만배럴로 전월 3247만배럴 대비 0.52% 증가한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산유량은 35만배럴 증가한 1050만배럴로 분석됐다.
반면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주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는 11건 감소한 332건으로 집계됐다.
국제 금값과 은값은 약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24.10달러(1.9%) 급등한 1290.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월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값은 4월에만 약 4.4% 상승했고 이번 주에는 5% 올랐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23.1센트(1.3%) 상승한 17.819달러에 마감했다. 이 역시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은값도 4월에만 15.2% 상승했다.
알타베스트의 마이클 암브러스터 공동 설립자는 "금값이 달러 약세와 증시 부진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2.6%와 0.5% 상승했고 구리도 2.3% 올랐다. 4월 상승률은 각각 10%와 11%, 4%였다.
◇ 유럽증시, 나흘 만에↓…은행주 부진 + 실적 실망감
유럽 주요국 증시는 나흘 만에 다소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여행·레저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은행업종도 이탈리아 부실은행 구제기금의 첫 유상증자 참여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서 하락했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2.23% 하락한 1342.59를 기록했다. 주간으로 2.1% 떨어져 2주 연속 밀렸다.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2.13% 내린 341.48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3.11% 낮아진 3028.21에 마감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장 대비 1.27% 하락한 6241.89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2.82% 내린 4428.96에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는 2.73% 낮아진 1만38.97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부실은행 구제기금인 아틀라스가 현지 지방은행인 포폴라레디비센차의 증자에 인수사로 참여했으나 투자자 모집결과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전체 발행액 15억유로의 10%만 투자자에게 매각되면서 아틀라스가 나머지 90%를 떠앉게 생겼다고 한다.
그 여파로 유럽 은행주가 3.2% 하락한 가운데 아틀라스에 참여한 이탈리아 대형은행 유니크레디트가 5% 급락했다. 인테사산파올로와 방코포폴라레, BMPS 등도 2~3.7% 밀렸다.
일부 기업들의 실적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영국 IAG(브리티시에어 모회사)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 테러로 2분기 실적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밝혀 4.7% 하락했다. 독일 루프트한자가 5.6% 동반 하락했다. 영국 레스토랑체인업체 레스토랑그룹도 연간 실적전망치를 경고해 26.5% 급락했다. 그 여파로 스톡스유럽600 여행·레저 지수가 2.3% 밀렸다.
RBS는 1분기 손실이 9억6800만파운드로 전년동기보다 배 가까이 확대됐다고 발표, 6% 하락했다. 전년동기 손실은 4억5900만파운드로 집계됐었다. 독일 스포츠용품 제조사인 푸마와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역시 실적악재로 3.5% 및 4% 각각 후퇴했다.
한편 유럽 경제지표들은 엇갈리며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유로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0.6%로 집계됐다. 전분기(0.3%)의 두 배에 달하면서 시장이 예상한 0.4%도 웃돌았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월 10.4%에서 10.2%로 개선됐다. 반면 지난달 보합세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는 4월에 전년대비 0.2%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0.1% 하락할 걸로 추산했었다.